[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1) 병상에서 배우다 - 풍요로운 아침 산중에는 고요한 거룩함이 있다. 특히 아침나절의 산은 더욱 아름답고 신선하다. 들이마시는 공기에는 숲 향기와 밤새 내린 이슬기가 배어있다. 이와 같은 신선한 아침을 잘 맞이할 수 있어야 그날 하루의 삶도 알차다. 이 거룩한 시간을 신문이나 방송 등 너절하고 잡스런 바깥 소리로 얼룩지게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2) 병상에서 배우다 - 자신에게 알맞은 땅을 며칠 전 불임암에 다녀왔다. 무덥고 지루하고 짜증스런 이 여름을 혼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길을 떠났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남쪽은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였다. 내려가던 그날도 폭우가 쏟아져 무시로 비상등을 깜박거리며 주행해야 했다. 그 장대비 속을 달리면서 '무슨 길 바삐 바삐 가..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3) 병상에서 배우다 - 삶의 기술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죽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스승의 대답. "시간 낭비하지 말라. 네가 숨이 멎어 무덤 속에 들어가거든 그때 가서 실컷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거라. 왜 지금 삶을 제쳐 두고 죽음에 신경을 쓰는가. 일어날 것은 어차피 일어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참으로 소중한 것..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4) 놓아두고 가기 - 놓아두고 가기 내 지갑에는 자동차 운전면허증과 도로 공사에서 발행한 고속도로 카드와 종이쪽에 적힌 몇군데 전화번호 그리고 약간의 지폐가 들어 있다. 또 올해의 행동지침으로 적어 놓은 초록빛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연초에 밝힌 바 있듯이 금년의 내 행동지침은 이것이다. 첫째, 과속 문화에서 탈피 둘째, 아낌..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5) 놓아두고 가기 -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년 같으면 5월에 내리는 고랭지의 서리가 두려워 채소 모종을 6월에 들어서 심곤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과감하게 5월 초순에 심었다. 지구 온난화를 예상해서였다. 간밤(5월 18일)에 우박이 좀 내리긴 했지만 아침에 나가 보았더니 모종들은 말짱했다. 고추 모종 두 판(여섯 두렁), 상추 모종 한 판(두 ..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6) 놓아두고 가기 - 약한 것이 강한 것에 먹히는 세상에서 지난 밤에는 안골짝에서 고라니 우는 소리에 몇 번인가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로 한밤중에 거센 목청으로 그리 우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자기 짝을 찾아서 그러는지, 어미를 잃은 새끼가 어미 생각을 하고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수도를 다시 이어놓기 위해 얼음이 풀린 수원..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7) 놓아두고 가기 - 때깔 고운 도자기를 보면 겨울 안거를 마친 그 다음 날, 남쪽에 내려가 열훌 남짓 이곳저곳을 어정거리면 바람을 쏘이다 왔다.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꽃이 필 만하면 갑자기 추위가 닥쳐 겨우 피어난 꽃에도 꽃다운 생기가 없었다. 매화도 그렇고 수선화도 그랬다. 풋중 시절부터 나는 안거가 끝나고 해제가 시작되는 바로 그날..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8) 놓아두고 가기 - 우물쭈물하다가는 며칠 전 길상사에 나갔더니 내게 온 우편물 속에 '노인 교통수당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노인 복지법 제26조(경로 우대)에 의거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일정액의 교통수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귀하도 주민등록상 만 65세가 되어 교통수당 지급 대상자임을 알려드리오..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19) 놓아두고 가기 - 홀로 걸으라, 행복한 이여 산중에 살면서 가까이 대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것 보다도 우선 책이다. 홀로 지내면서도 무료하거나 적적하지 않은 것은 좋은 친구인 책들이 내 둘레에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나에게 삶의 기쁨과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나를 안으로 여물게 한다. 그러나 시시한 책은 속물들과 시시덕거리는 ..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20) 놓아두고 가기 - 과속 문화에서 벗어나기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 본다.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연 나 자신답게 살아 왔는지를 묻는다. 잘 산 한 해였노라고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많은 이웃들로부터 입은 은혜에 대해 나는 얼마만큼 보답을 했는지 되돌아 보면 적잖은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 201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