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57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2) 녹슬지 않는 삶 - 좋은 말씀을 찾아

지난 4월 길상의 법회 때였다. 법회를 마치고 나면 내 속은 텅 빈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쏟아 놓고 나면 발가벗은 내 몰골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런 때는 혼자서 나무 아래 앉아 있거나 흐르는 개울가에 앉아 개울물 소리를 듣고 싶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나는 홀로 있고 싶다. 남자 불자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3) 녹슬지 않는 삶 - 바라보는 기쁨

산중에 갇혀서 살다보면 문득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국이 없는 밥상을 대했을 때처럼 뻑뻑한 그런 느낌이다. 오두막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 아득히 멀고 드넓은 끝없는 바다. 아무것도 거치적거릴 게 없는 훤칠한 바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바다를 대하면 그저 상..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4) 녹슬지 않는 삶 - 어떤 주례사

며칠 전 한 친지가 느닷없이 자기 아들 결혼식에 나더러 주례를 서 달라고 했다. 유감스럽지만 내게는 ‘주례 면허증’이 없어 해 줄 수 없다고 사양했다. 나는 내 생애에서 단 한 번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주례를 3년 전 6월 어느 날 선 적이 있다. 그날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나는 오늘 일찍이 안 하던..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4) 녹슬지 않는 삶 - 어떤 주례사

며칠 전 한 친지가 느닷없이 자기 아들 결혼식에 나더러 주례를 서 달라고 했다. 유감스럽지만 내게는 ‘주례 면허증’이 없어 해 줄 수 없다고 사양했다. 나는 내 생애에서 단 한 번 처음이면서 마지막인 주례를 3년 전 6월 어느 날 선 적이 있다. 그날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나는 오늘 일찍이 안 하던..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5) 녹슬지 않는 삶 - 인디언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자

지난 연말 남아시아의 지진 해일로 인해 3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희생되었다. 일찍이 없었던 끔찍한 재난이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보면서 앞으로 닥칠 자연재해에 대한 예고 같아서 불길하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 지구는 무기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다. 건강..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6) 녹슬지 않는 삶 - 녹슬지 않는 삶

이 산중에 책과 차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다. 책이 있어 말벗이 되고 때로는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준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영혼에 불이 켜진다. 읽는 책을 통해서 사람이 달라진다. 깨어 있고자 하..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7) 녹슬지 않는 삶 - 또 한 해가 빠져 나간다

인도에서 불교와 거의 같은 시기에 생긴 자이나교는 불살생계를 엄격하게 지키는 종교다. 그들은 도덕적인 고행 생활을 강조한다. 그들에게는 1년에 한 번 ‘용서의 날’이 있다. 그날 자이나교도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땅과 공기, 물과 불, 동물과 사람 등 모든 존재에게 해를 끼친 행동을 낱낱이 ..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8)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개울가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11월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불렀다. 평원에 들짐승들의 자취가 뜸해지고 나무에서 잎이 떨어져 내린다. 지상에 무성했던 것들이 수그러든다. 그렇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동안 비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채워질 것들이다. 11월이 내 둘레에서는 개..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49)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얼마 전에 그전에 살던 암자에 가서 며칠 묵고 왔다. 밀린 빨래거리를 가지고 가서 빨았는데, 심야전기 덕에 더운 물이 나와 차가운 개울물에서보다 일손이 훨씬 가벼웠다. 탈수기가 있어 짜는 수고도 덜어 주었다. 풀을 해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다리미로 다리는 일도 한결 즐거웠다. 다락에서 아직..

[스크랩] 아름다운 마무리 (50)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 베갯잇을 꿰매며

베갯잇을 꿰맸다. 여름 동안 베던 죽침이 선득거려 베개를 바꾸기 위해서다. 처서를 고비로 바람결이 달라졌다. 모든 것에는 그 때가 있다. 쉬이 끝날 것 같지 않던 지겹고 무더운 여름도 이제는 슬슬 자리를 뜨려고 한다. 산자락에 마타리가 피고 싸리꽃이 피어나면 마른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