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크랩] 그리운 세월

병노 2010. 8. 27. 14:10
─━ 아래를 클릭하세요☆─━
    

그리운 세월 / 동목 지소영
그 오빠는 손수 풀을 먹인 교복 깃 세워주고 단화 먼지 툭툭 털어 두툼한 짐 자전거에 앉히곤 드러낸 잇몸, 이슬 젖으며 달리곤 했어요

그해 여름 승용차보다 긴 경운기에 청바지 예쁘다며 어깨 잡으라 하고 덜덜 비포장 들판을 유영하며 '올 나락은 건강하단다' 햇볕에 탄 검은 눈이 호수였어요

그다음 해 오빠는 어지러워하는 내 팔을 오토바이에 묶고 소음 가득한 시내 길을 질주했답니다 빨간 헬멧이 까만 오빠의 얼굴과 앙상블이었어요

지난여름 그 오빠는 장가간 아들의 선물이라며 오뚝이 같은 차를 몰고 버스 역으로 마중 나왔어요

논도 밭도 버리고 막걸리 한 잔으로 넉넉했던 품앗이 좋았는데, 하얀 귀밑머리 모자 밑으로 감추고 동네 이곳저곳 늘려 있는 쇳조각 모아 노년의 소일거리, 물물교환 즐겁다 하시며 도시의 언덕을 오르내립니다

그리운 세월, 푸른 하늘에 소나기 집을 짓습니다.

출처 : 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
글쓴이 : 冬木 지소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