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람을 쬐다 / 유 흥 준

병노 2010. 8. 25. 16:39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이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다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출처 : 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
글쓴이 : 나무그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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