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주옥같은 글 중에서 몇 편을 뽑아 봅니다.
여러분과 함께 글의 향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생각을 전부 말해버리면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말이 여미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쏟아내고 마는 것이다.이것은 하나의 습관이다.
생각을 전부 말해버리면 말의 의미가,
말의 무게가 여물지 않는다.
우리가 말을 안 해서 후회되는 일보다는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세상 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이지만
때로는 옆구리께를 스쳐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
* 만남이란 분신을 만나는 것
만남은 시절 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선가에서는 말한다.
그 이전에 만날 수 있는 씨앗이나 요인은
다 갖추어져 있었지만 시절이 맞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만날 수 있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가
시절 인연이 와서 비로소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다.
종교적인 생각이나 빛깔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이 접촉될 때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자기의 세계가 있다.
그 일상의 삶으로부터 거듭 거듭 떨쳐버리는 출가의 정신이 필요하다.
머리를 깎고 산이나 절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고 떠나는 정신이 필요하다.
외롭다고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영혼의 투명성이 고이다가 사라져 버린다.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이 없으면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
* 회심(回心)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면,
그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루 하루를 그렇게 살아가면 내 삶 자체가 얼룩지고 만다.
회심, 곧 마음을 돌이키는 일로써 내 삶의 의미를 심화시켜야 한다.
맺힌 것은 언젠가 풀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생에 풀리지 않으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곤란이 없으면 자만심이 온다
삶에 곤란이 없으면 자만심이 넘친다.
근심과 걱정을 밖에서 오는 귀찮은 것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을 삶의 과정으로 숙제로 여겨야 한다.
저마다 이 세상에 자기 짐을 지고 나온다. 그 짐마다 무게가 다르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 무학(無學)
무학이란 말이 있다.
전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이 배웠으면서도 배운 자취가 없음을 가리킴이다.
학문이나 지식을 코에 걸지 말고
지식과잉에서 오는 관념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가짜요, 위선자이다.
* 선(禪)
선방 안에서만 통하는 선이라면
뒤주 속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다.
뒤주 속에서 살아 나갈 길을 찾아
인간의 거리로 뛰쳐나와야만
비로소 창조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창백한 좌불은 많아도
살아 움직이는 활불(活佛)이 아쉬운 오늘이다.
* 함께 있다는 것
사람은 저마다 업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을 따로 해야 되고 행동도 같이할 수 없다.
인연에 따라 모였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인연의 주재자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늘 함께 있고 싶은 희망사항이 지속되려면,
서로를 들여다보려고만 하는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서로 얽어매기보다는 혼자 있게 할 일이다.
현악기의 줄들이 한 곡조에 울리면서도
그 줄은 따로 이듯이, 그런 떨어짐이 있어야 한다.
* 소유로부터의 자유
사랑은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풋풋해지고 더 자비스러워지고
상대방이 좋아할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른다.
소유란 그런 것이다. 손안에 넣는 순간 흥미가 사라져 버린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 요즘 나의 심경
요즘 자다가 몇 차례씩 깬다.
달빛이 방안에 까지 훤히 스며들어 자주 눈을 뜬다.
내 방 안에 들어온 손님을 모른 체할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앉는다.
한 낮의 좌정보다 자다가 깬 한 밤 중의 이 좌정을 나는 즐기고자 한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지 않으니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소식으로 받아들이면 맑은 정신이 든다.
중천에 떠 있는 달처럼 내 둘레를 두루두루 비춰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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