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보름인 오늘은
우리 부처님의 열반일입니다
부처님의 열반 재일에
과일 몇가지와 마지 한불기 지어 올리고
조촐하게 축원하는 것으로 지나고 보니
출가재일인 팔일부터 보름날에 이르도록
특별한 정진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지난 것이
여간 송구스럽지 않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며칠전부터 약속한
잘 알고 지내던 스님의 제사에 참례하여
종사 영반을 모시고 추모하는 분들과 같이
스님을 생각하며 법문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원래 기일은 내일인데
오늘 제사를 모신다 하여
돌아 간 스님은 원체 도인인지라
하루 앞당겨 오시라면
오실수 있는 분이니
그렇게 할수도 있다지만
일반 사람들의 제사만큼은
돌아 가신 날로 제사를 모셔야 한다고
우스개 소리처럼 한마디 하였습니다
삼국지 같은 책에 보면
양측의 장수가 나와
무예를 겨루며 하는 말이
"내년 오늘이
네녀석의 제사날인줄이나 알아라"
하고 기선을 제압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네가 오늘 내손에 죽으면
다음 해의 오늘이 바로 죽은 이의
제사를 모시는 날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일반에서는
돌아 간 날 전날에 제사를 모신다 하여
자칫 제사를 그르치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제사를 지내는 시간이
밤 열한시 반을 넘은 시간이기에
다음날의 자시에 해당하는 연고로
전날 밤에 끝시간에 시작은 하되
돌아 간 날의 제사가 되는 것인데
잘못 알고 제사를 지내다 보면
전날 지내는 것이 옳다며 주장하다가
초저녁에 지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돌아 간 전날 초저녁에 제사를 지내면
돌아 간 날 제사에 참석하여 젯상을 받으려던
영가의 계획은 어그러져서 영가는 배고픔을
후손들에게 호소 하기도 할수 있습니다
초저녁 제사는 형제들이
대부분 멀리서 모여 왔다가
밤늦게 제사를 모시면
돌아 가는 일이 걱정 되어서
초저녁에 지내는 경우가 있게 되는데
만약에 초저녁에 제사를 모시려면
돌아 가신 날 당일 저녁에 지내는 것이
법에는 맞는 일입니다
나를 태우러 온 처사가
장례 서비스 업을 하는 사람인데
제사를 모시는 날에 관해 말하다 보니
자기는 이런 경우가 있음을 들었다 합니다
가게를 하는 노인이 밤에 꿈을 꾸니
처음 보는 부인이 와서 천원을 내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서
오늘 밤중이 내 제사일인데
자녀들이 초저녁에 제사를 지내고
일찍 철상을 하는 바람에 자시에 왔다가
그냥 돌아 가게 되었노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고 꿈을 깨고서는
아침에 문앞에 천원짜리가 한장 있어
참으로 의아해 하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젊은이가
어제 저녁 어머니 제사를 지냈노라며
부침개와 과일을 가져 옵니다
혹시 제사 날이 언제인지
제사를 지냈으면 언제 지냈는지 물으니
오늘이 돌아 가신 날이라
전날 모여서 제사를 모시면서
가족들의 왕래에 편의를 생각해
초저녁에 지내고 다들 돌아 갔다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여 주고
그 집에 가서 젊은이의 어머니 영정을 보니
밤에 꿈 속에 가게를 다녀간 여인의 사진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가게집 주인은 젊은이들에게
어제 저녁 제사는 그리 모셨어도
오늘 제사를 모셔야 맞는 날
조촐하게라도
다시 제사를 모셔 드려서
배고픔을 없게 해 드리라
권하였다는 말입니다
그말을 들은 후부터는
누군가로부터 꿈에
배고파 하는 조상 꿈을 꾸었다
고 하는 말을 들으면
처사는 제사 지낸 시간을 묻는데
대체로 그같은 꿈을 꾼
사람들의 제사 지내는 시간이
옳게 지내고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제사를 다시 모시도록 일러 주고 있다고 하는군요
영혼의 세계란 본무 생사요
왕래 거래에 걸림이 없는 몸임을 일러 드려
바르게 천도해 드리지 못하면
그 세상도 역시나
중생의 세계에서 하던
세간 업을 그대로 이어 가는 곳이어서
밥 때가 되면 배고픔을 알고
추우면 추위를 느끼며
목이 마르면 갈증을 호소하기도 함을
알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그러니 과연 제사를 지내고도
헛 제사가 되는 경우 가 된다면
노력은 노력대로 하면서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니
잘 살펴서 행해야 할것입니다
일본의 어느 가게에는
밤 늦은 시각에 소복을 한 여인이
애기의 우유를 사가지고 가는데
다음날 돈을 넣어 둔 통을 보면
돈 대신 나뭇잎이 들어 있습니다
몇번을 그같은 일로
손해를 본 가게 주인은
여인이 다녀 가는 밤에
몰래 뒤를 밟으니
묘지로 들어 가는 것을 봅니다
놀란 나머지 그냥 돌아 왔다가
낮에 무덤의 가족들과 같이 가서 살피니
무덤 속에서 아가의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다들 무덤을 파 보자고
의견이 일치되어
조심 조심 파 내려 가니
입에서는 젖냄새가 풍기는 아기가
무덤 속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임신을 한 부인이
출산 전에 병으로 돌아 가자
태중에 든 아가의 목숨도
돌아 갔을 것으로 생각해
묘를 써 주었던 것인데
어머니의 자식을 사랑하는 모정은
죽음 까지도 갈라 놓을수 없는 것이어서
무덤 속에서조차 출생한 아가를 위해
영혼의 몸으로 우유를 빌어다가
아가를 키웠던 것이니
어머니의 은혜가 얼마나 지중한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조상 공경과 제사의 의미가
날이 갈수록 퇴색해 가고
심지어 제사 모시기가 싫어서
종교와 가법을 바꾸는 패륜들이
자기 집과 자식은
잘되게 해 달라고 매달리며
자식들에게는 효도하라 이르니
뿌리를 북돋우지 아니하고
어찌 좋은 꽃을 바라며
원천을 맑게 하지 아니하고
어찌 맑은 물을 얻겠습니까
이 세상은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인과응보의 법이 엄연하니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근원 자리에는
부모와 조상이라는
불휘 깊은 나무의 뿌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조상님의 제사를 인연으로 하여
오랫동안 멀리 헤어져 있던 가족들이 만나고
조상의 은혜를 깊이 생각하며
동포(같은 태중에서 나온 형제)애를
깊이 나눌줄 아는 우애 있는 집이라면
그 집은 무엇을 하든
저절로 되어 가는 집이라 하겠습니다
돌아 간 나무를 활용해
생명력을 불어 넣으시는
구춘서 선생님의 작품 사진을 보며
삶과 죽음 사이의 간격과
돌아 간다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쉬는 날 가까운 분들은
한번 가셔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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