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석모도 민박집 / 안시아

병노 2013. 6. 28. 12:49
    석모도 민박집 / 안시아 바다에 꼬박꼬박 월세를 낸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나눠줄 광고지 한 켠 초상권을 사용해도 된다는 계약조건이다 인적 드문 초겨울 바닷가, 바다는 세를 내릴 기미가 없고 민박집 주인은 끝물의 단풍처럼 입이 바짝 마른다 알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내 것인 게 없다 슬쩍 들이마신 공기와 내 몫을 챙겨온 하늘 게다가 무단으로 사용한 바람까지 불평 없이 길을 내주는 백사장 위 스물 몇 해 월세가 밀려있는 나는 양심불량 세입자인 셈이다 수평선을 끌어다 안테나를 세운 그 민박집 바다가 종일 상영되는 발이 시린 물새 몇 마리 지루한 듯 채널을 바꾼다 연체료 붙은 고지서처럼 쾡한 석모도 민박집에서 내 추억은 몇 번이나 기한을 넘겼을까 바닷가 먼지 자욱한 툇마루엔 수금하러 밀려온 파도만 가끔 걸터앉는다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
글쓴이 : 유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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