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냇골 통신 80 - 길
세상에 길이 생기자 길이 사라졌다
길이 생기기 전에 세상은 온통 다 길이었다
2010. 7
쇠냇골 통신 83 - 詩
하늘은 추상이다
거미줄은 생활이다 그 포충망에
걸린 내 文字들
2010. 7
쇠냇골 통신 114 - 겨울소식
한 줄 시에 기대어 살면
올겨울에도
첫눈은 꼭 온다
2010. 10. 25
쇠냇골 통신 86 - 근황, 文字놀이
(어떻게 지내십니까?)
연금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年金이 아니라 軟禁이요.
마음의 공산주의는 아득하고
새로 생긴 예절이
나를 조종합니다
2010. 7. 18
쇠냇골 통신 120 - 겨울나무
저 나무 지난 여름 푸른 工場이었다
광합성 공정에 투입된 勞組員들,
물관을 오르내리며 지상에서
지하에서 분주했다
저 공장 밤새 떨다
지금 문 닫았다
2010. 11. 6
*
빈들에서 지난 여름을 묵상하고 있는 저 나무,
인디언들은 나무를 '서 있는 형제'라고 불렀다
쇠냇골 통신 132 - 쓸쓸한 일
어제 칫과에 들렀다가 다시 안경점에 들렀다가
시간이 남아 헌책방에 갔다
가까운 知人에게 맨처음 증정했을 시인의
친필서명이 쓸쓸하다
저 失戀의 증표,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
2010. 12. 5
*
웬만 하면 시집을 만들지 말자, 아니면
시집 한 권에 최소 10만원은 받아야 한다.
(그런 날이 오기는 올라나?)
쇠냇골 통신 143 - 보험천국
이제는 노골적으로 본인이 장례비보험을
들어 두라고 한다 약간의 어드밴티지도
준다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인생의 깔금한
마무리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광고가 나를 세뇌한다,
보험천국이 왔다
2010. 12. 20
쇠냇골 통신 147 - 동백꽃
심지 노란 저 붉은 폭탄,
언땅에서 동백의 유전자가
제조했다
붉은 것은 위험하다
한여름 칸나보다 더 붉다
자폭의 자세를 갖춘 한겨울의
抗命,
봄이 오기 전에 自盡한다
2011. 1. 3
- 송찬호 시인의 동백 시*를 읽다가
쇠냇골 통신 168 - 오늘의 뉴스
세상이 바뀌었다
모계중심의 여성상위시대, 신사임당은
세종대왕의 5배 위력이 있다
지폐의 서열이 그러하다
(오늘의 뉴스는, 누가 그 지폐를
마늘밭에 모셔놓은 일이었다)
2011. 4. 14
*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그 뉴스를 보았겠지,
100억이라나 120억이라나, 잘못 심어놓은
현대인의 <종교>를
쇠냇골 통신 203 - 사는 일
왜 사느냐고 물으니 시인은
그냥 웃기로 하고, 또 어떤 시인은
외상값* 때문이라 하고 나는
경험을 위하여, 관계를 위하여
이 별에 왔다고 한다
2011. 5. 29
*
어젯 밤 읽은 황인숙 시인의 세 줄 詩 <삶>의
그 '외상값'이 종일 떠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서 읽은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끝 행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이발소에서 처음 푸쉬킨을 만났다.
60년대를 지나올 때, 그 이발소 액자 속에서
푸쉬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평정심을
잃지 말라고 했다.
쇠냇골 통신 213 - 이 한장의 사진
이 사진은 거룩하다
거룩하시다
내가 포유류인 것을
잊고 살았다
우유를 먹고 자란 신인류는
분류가 애매하다
2011. 6. 8
쇠냇골 통신 216 - 사소한 것에 마음 베인다
풍전등화 같은 카다피의 운명이라든가
이젠 뉴스도 뜸해진 대지진으로
삶이 무너졌을 이웃이라든가, 최소한
임기말 우리 대통령의 레임덕을 놔두고
나는 왜 이틀째 큰애와의 見解差에
마음 베이고 있는가,
2011. 6. 10
*
카다피의 용병은 일당이 2,000弗이라는데 나는
이 절대군주가 자결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혁명을 꿈꾸던 시절보다 오늘 하루가
더 길었을 것이다. 뉴스는 일본의 대지진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0. 몇 度 일어섰다고 한다.
이 나라는 5년을 주기로 벌써 百家爭鳴, 春秋戰國
時代로 진입을 하고... 그러나 나는 큰딸과의
의견조율이 더 시급하다
(아직 大戰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쇠냇골 통신 232 - 분꽃
아침에 쇠냇골 집 앞을 나서면
언덕에 '시온城' 표지석이 있고, 그 교회당
손바닥만한 화단에서 분꽃이 여름내
나팔을 불었다
여름이 끝나갈 때 붉은 유니폼을 입고
염소똥만한 사리 한 알 물었다
2011. 8. 25
쇠냇골 통신 258 - 편견
구약이 인류사의 기원으로 알고 있던
날이 있었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부족사가
國史보다 훤하다
이념은 편견을 낳기도 한다
수정하는데 한 세월이 갔다
2012. 2. 19
*
사막에서 발원한 두 종교가 오늘도 충돌한다
그때 홍해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무형세계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지상에 온다
악의 꽃은 순교로 미화한 자살특공대를 양산한다
하느님은 쓸쓸할 것이다
쇠냇골 통신 281 - 詩
도시에서 사원을 다녀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어의 사원, 詩를
발명했다
2012. 6. 10
*
휴일, 한가로운 마음으로 시를 읽다가
가슴 두드려대는 시 한 편을 만나는 무량한
행복... 진부한 해석- 言+寺, '詩'를 다시 풀어본다
쇠냇골 통신 298 - 계절풍
초등학교 때, 우리는 혁명군도 아니면서
아침마다 혁명공약을 암송했었다
선거의 계절이 왔다
그 많던 촛불은 어디로 갔나,
이 바람이 불면 民草가
잠간 주인이 된다
2012. 8. 14
쇠냇골 통신 299 - 비오는 날
호우주의보, 예보처럼
비가 온다
종일 시를 읽다가
시를 너무 많이 읽어 오늘은 그냥
소리내어 울고 싶은 해거름,
2012. 8, 15
쇠냇골 통신 303 - 노년
그때 내가 아버지의 세월을 이해했다는
오해, 그때 내가 그 시인의 詩語를
이해했다는 오류를 지금 수정하는 중
2012. 9. 1
*
<자연과 시의 이웃들> 카페에 올린 이 글을 보시고
임보 시인님께서 '우리들의 인생도 계속 퇴고 중---'
이라는 말씀을 주셨다
2010년 겨울, 圖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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