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世事
- 여강 최재효
두 눈 부릅뜨고 세상을 살면서도
세상을 몰라 자주 넘어졌지
하여, 부도옹不倒翁이 되고자
수족手足 모두 잘라내려고 하였네
하늘이 맑으면 내 탓으로 돌리고
묵천墨天이면 먼 산을 보고 삿대질하였네
어느 날 문뜩 서산 노을 보고서
나 자신이 뜬 구름임을 알았고
단 하루를 살고자 백년을 허비하고
백년을 살자고 하루를 소비하는 우둔함
아버님에게 가문의 이름 빌렸는데
지금 내 이름값은 사금파리 조각 보다 못하네
사바裟婆에 무슨 볼 일이 그리 많은지
반평생을 세월의 그림자에 속았고
염사艶事와 별로 인연이 없는데도
자꾸만 미완의 뒤안길이 궁금해 돌아보네
재주 없어 차가운 밤 독작獨酌하며
중년의 정회情懷를 가누지 못하는데
무심한 반달이 올라오네
아마 올봄 창가에 매화는 반쪽만 필 듯
- 창작일 : 2013.01.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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