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스크랩] 시골버스.

병노 2012. 10. 28. 20:20


시골버스.

 

한여름의 시골길을 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먼지로 뒤덮인 버스는 화덕처럼 뜨거웠다.
한참 달리는데 가로수 그늘 밑에서
한 젊은 군인이 손을 들었다.
버스가 그 앞에 멈췄다.

군인은 커다란 배낭을 안고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는 떠나지 않았다.
왜 안 떠나느냐고 승객들이 소리쳤다.
운전수는 "저어기" 하면서 눈으로 창 밖을 가리켰다.
승객들은 모두 운전수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젊은 여인이 열심히 등에는 아이를 업고

작은 보따리을 안고 허겁지겁 논둑을 뛰어 오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향해 손짓까지 하는 폼이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승객들은 여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개울가로 가서
세수도 하고 바람을 쏘이기도 하였다.

얼마 후 여인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버스에 타지 않았습니다.
운전수가 빨리 타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맨 앞좌석에 앉은
젊은 군인에게로 가서 창 밖으로 내민 손을 잡고서

작은 보타리를 창안으로 건네며
"몸 성히 잘 가이소." 라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군인도 "걱정 마래이." 하며

한 손으로 보퉁이를 챙기고
한 손은 여인의 손을 아쉬운 듯 놓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승객들은
너나없이 한바탕 유쾌하게 웃었다.
즐겁고 흐뭇한 웃음이었습니다.

얼굴이 빨개진 군인이 작은 보따리를 풀더니

아내가 싸 준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옥수수를 꺼내어

운전수 아저씨에게도 주고 옆 할머니도 하나 드렸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귀대하는 남편에게

옥수수를 먹여 보낼려고 했는데 아마 차 시간이늣어

때를 맞추지 못하고 남편이 그냥 나가니

아내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부랴부랴 서둘러

옥수수를 익혀서 달려온 모양 입니다. 


버스는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여인을 뒤로 남겨둔 채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로수 사이로 멀어져 갔습니다.

 



향수

출처 : 무소유 법정스님
글쓴이 : 하얀연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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