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祭의 참뜻 ◆
"불단에 재단을 마련해 놓고 재물을 보시한 만큼 목탁이나 요령소리를 내면서 일반신도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주문이나 외는것은 진정한 의미의 "祭"가 아니지." 祭 = 제사
"불교의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비법(非法)이란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제는 죄를 참회하는 일이고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짓는 三業의 행위를 삼가하여 맑히는데 그 뜻이 있는 것이지."
그러시면서 태허스님은 만해스님에게 재(齋)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전설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지."
평소부터 그 덕을 우러러 섬기던 경허의 제자 혜월(慧月)스님에게 어떤 신도가 재를 지내달라고 많은돈을 갖다 바쳤다.
혜월은 시자를 데릴고 재를 지내기 위해 미리 장을 보러 가다가 아랫마을에 사는 한 여인이 길가에 나와 앉아 두다리를 뻗고 통곡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혜월은 무슨사연으로 통곡을 하느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여인은 자기 남편이 오랜 병고로 인해 빚진 돈 때문에 살던 집을 그날로 비워주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그런다는 것이었다.
혜월은 그 여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장을 보기위해 가지고 가던 돈을 여인에게 빚을 갚으라고 죄다 건네주고는 발길을 돌려 절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이런사실을 알게된 원주는 무엇으로 재를 지낼것이냐고 펄펄 뛰었다.
혜월은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은 채 말이 없었다.
그 이튼날 재를 지내기 위해 절에 올라온 재자(齋=재계할 재. 者)들은 혜월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
혜월스님은 그들을 반가이 맞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재는 하루 앞당겨 어제 아주 잘 재냈다."
뜻밖에 말을 들은 재자들은 무슨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혜월로부터 자세한 사정을 들은 재주는 트인 사람이었는지 혜월에게 감사하다면서 또 공양비로 적잖은 돈을 놓고 산을 내려갔다.
"이 이야기는 경허스님의 문도인, 귀신도 어쩌지 못한다는 천진불 혜월스님의 선화(禪話)지,"
만해는 태허의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고개를 잠시 주억거렸다.
누구의 선화였든지간에 재의 참뜻이 무엇인가를 밝혀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태허스님은 경허스님의 속가의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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