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글모음

[스크랩] 마음의 향기

병노 2010. 9. 27. 11:44

  10여 년 전, 비행기 안에서였다고 한다. 스튜디어스인 그녀는 2등석을 담당했다.

  그런데 그날은 일반석이 만원이어서 2등석에 일반석 손님을 받았다. 일반석 표를 산 법정 스님이 2등석에 앉게 됐고, 그녀의 시야에도 들어오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 김포로 오는 아홉 시간 동안 법정 스님은 생선은 물론 샐러드조차 입에 대지 않으셨다고 한다. 걱정이 된 그녀가 주스와 빵을 갖다 드리자 그것은 조금 드셨다.

  그런 스님을 보면서 그녀는 글 속에서보다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단다. 그분은 정갈하게 사는 것이 생활하된 듯 보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였다. 한국에 도착한 그녀는 법련사에 들렀다. 법련사 서점에서 책을 볼 심산이었는데 그곳에서 법정 스님을 만난 것이다.

  그녀를 알아본 스님이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셨다. 그러면서 걸망 안에서 컵을 꺼내셨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가 스님께 주스를 대접했던 일회용 종이컵이었다.

 

  법정 스님은 끈적거리는 종이컵을 씻어서 다시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뒤 어떤 것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다 들고 다니게 된 일회용 플라스틱 주스 컵을 보노라니 스님의 가르침이 내게 전해지는 것 같다.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끼는 마음,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그 향기로 내 인생도 달라질 것이다. 견고한 플라스틱 컵이 찬장 속에 있는 한 지상의 한쪽은 조금 더 깨끗해질 것이다.

 

 

                                                                                                                                                     -깊은 위로 중에서-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착한목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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