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이은영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다."
법정 스님의 손과 찻잔과 안경 중의 내용이다.
스님에게는 없어서는 아니 되는 세 가지 보물인가보다.
그 세 가지가 없다면 책도 채소밭도 차 한 잔의 행복도 맛볼 수 없기 때문이리라.
요즘 세상은 참 많은 것이 우리들의 눈을 현혹한다.
푸름과 맑음 보다는 휘황한 색감에 더욱 호기심을 가지고
그렇게 살지 못해 안달이 난 듯하다.
나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법정 스님 같은 분의 향기가 내 가슴에도 내려지게 되고
나도 마음을 가다듬어 그런 삶을 살아보리라 다짐해 보지만,
어느 순간 다시 세인의 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쉽사리 따라 하기 힘들고 고달픈 것이기에 우리는 더욱 정진하고 노력해야 하나보다.
오늘도 한 권의 책을 끼고 하루를 반성한다.
달콤한 세상만을 원하고 가진다면 이 세상 어쩌면
지금보다 더 험악하고 더 더럽고 더 치사한 세상일 수밖에 없겟지.
하지만, 어느 누구는 맑고 깨끗하고 청아한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거뭇한 세상의 오물을 아무 내색도 없이 닦고 문지르고 있다.
그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마음을 가다듬고 평정을 되찾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법정 스님의 생전 모습을 한 번도 뵙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책을 통한 그의 정신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잘 알기에
나름은 위안을 해 본다.
문득, 책 속에 묻힌 조금의 시간으로 하여
마음의 상념이 이토록 행복해지는 것 또한
책 속의 길을 따라가고자 하는 내 이상의 꿈틀거림 이리라.
책 속의 진리를 깨닫기 위한 내 자아의 큰 기쁨 이리라.
세상의 문고는 차고 넘치고 있다.
그 속에는 법정과 같은 훌륭한 분의 글도 참 많다.
나, 이 세상에 태어나
그 많은 책을 과연 몇 분지 일이나 읽을 수 있을까?
몇 분지 일이나 되는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승의 삶은 잠시 쉬었다 가는 자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쉬어가는 자리라지만 그저 사탕발림 같은 생만 살다 간다면
이 얼마나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 넓은 곳을, 그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책 속의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
어느 누군가가
여지껏 살아온 내 삶을 헛되이 살았다고 지칭할진 몰라도
이제는 내 남은 생을 위해, 진리의 길을 향해 걸어갈 것 이리라.
책과 함께 하는 내 생의 충전을 생활화하리라.
나도,
이 세상의,
참된 사람,
이었으면 좋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