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이란 마음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마음 속에 아무것도 담아 두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비유하자면 아무것도 없는 텅빈 항아리와 같습니다.
잘 관찰해 보십시오. 지금 내 마음에 담아 둔 것이 있는가.
항아리 처럼 비었는가? 아니면 그 무엇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가?
마음속에 있는 욕망 질투 번뇌와 같은 분별 망상 때문에 내 마음이 평화롭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비울 때 원래의 자기로 돌아갑니다. 본래의 우리 마음이 곧 무심(無心)입니다.
황벽선사는 그것을 '본원청정심(本源淸淨心) 본원청정불(本源淸淨佛)'이라고 부릅니다.
근원적인, 더 없이 청정한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분별에서 떠난 때묻지 않은 맑고 투명한
마음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본래 마음입니다. 어디에든 얽매임 없이 텅 비어야 됩니다.
어느 제자가
"어떻게 해야 도(道)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하고 묻자,
달마스님은
"밖으로는 모든 반연(攀緣)을 쉬고 안으로는 헐떡거리는 생각이 없어서
마음이 벽(壁)과 같아야 비로소 도(道)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역시 우리들 마음이 모든 분별을 떠나 그대로 무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로 도에 들어갈 것 없이 무심한 그 마음이 비로 도입니다.
그것이 곧 부처의 마음입니다. 본래(本來) 청정(淸淨)한 우리의 마음입니다.
중생의 마음이나 부처의 마음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분별을 두면 중생이 되는 것이고
분별을 거두고 본래의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가면 그것이 바로 곧 부처의 마음입니다.
< 반연(攀緣) > ; 마음이 눈 앞의 대상(對象)에 의지하여 작용(作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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