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기대다
가을 바람이 선들거리면 불쑥불쑥
길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산거(山居)를 지키고 있기가 어렵다.
그리고 맨날 똑같은 먹이와 틀에 박힌 생활에 더러는
염증을 생기려 한다.
다른 때는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다가도
해마다 10월 하순께가 되면 묵은 병이 도지 듯
문득 나그네길을 떠나고 싶다.
오동나무와 후박나무에서 마른 바람결에 뚝뚝 지는 낙엽을
보고 있으니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서둘러 짐을 챙겨가지고 길을 떠나오고 말았다.
삶이 하나의 흐름이라는 걸 실감한다.
그 어떤 형태의 삶이라 할지라도 틀에 갇혀 안주하다보면 굳어진다.
굳어지면 고인 물처럼 생기를 잃는다.
사람은 동물이라 움직임이 없으면 무디어 지고 시들고 만다.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이든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변화가 없는 삶은 이내 침체되고 무력해진다.
그리고 진부하고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생활에 리듬이 필요가 이유가 여기에 잇을 것 같다.
다행히 우리 같은 종류의 인간들은 걸리적거리는
관계의 이웃이 없기 때문에 마음 먹은 대로
손쉽게 떠나올 수 있다.
물론 자기 자신의 무게 말고도 공동체 무게의 연대감이라는
짐을 지고 있긴 하지만
혼자서 나그네가 도면 가장 투명하고 순수해진다.
낯선 환경에 놓여 있을 때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눈을 뜬다.
자기 자신이 뚜렷이 드려난다.
개체가 된다는 것은 곧 자유로워지는 것.
그리고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사람은 이와같은 휴식을 통해서만 새로운 힘이 축적되고
일을 통해서만 휴식을 얻을 수 있다.
평소에 일이 없는 사람들은 진정한 휴식을 누릴 수 없다.
휴식과 일은 그런 상관관계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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