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스크랩] -여기가 무릉도원 같은곳 아닐가요-

병노 2014. 1. 17. 23:13

-여기가 무릉도원 같은곳 아닐가요-

♡ 부모님은 헌것을 더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

첫닭이 새벽을 알리면
샛별보고 별을 헤아리며 삽과 괭이을

벗을 삼아 논밭으로 나가시는 아버지는
일하기를 무척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먼동이 트기 전에 부엌으로 나가시는 어머니
청솔가지 타는 연기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시며
육 남매 도시락엔 쌀밥을 골라 담고
당신은 꽁보리밥을 먹는 것을 보며
어머니는 꽁보리밥을 더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우리가 입다 해어져 벗어 놓은

헌옷을 즐겨 입고

우리가 신던 구멍 난 양말과 떨어진 신발을

꿰매 신는 아버지는

원래 헌것을 더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와 우리 오 형제는 밥상을 차려주고

어머니와 누나는 부뚜막에 걸터앉아

바가지에 누룽지만 먹는 것을 보고

큰 그릇에 많이 담아 먹으려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밥을 먹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사주고

당신은 먼 거리도 걸어서 다니시는

아버지는 원래 걷는 것이 좋아서

이십 리 장에도 걸어서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내 나이 들어 부모가 되어보니

이제는 그 속내를 알 것 같습니다

감자 이량보다 깊게 파인

부모님 이마에 주름은

우리 육 남매가 짓밟은 흔적이요

U자로 구부러진 아버지 등과

S자로 휘어진 어머니 허리는

육 남매를 먹이고 업어 키운 훈장이지만

훈장에 상금을 지급하지 못한 불효자는

오늘도 하늘만 쳐다보며 눈물짓습니다

출처 : 봉우리여
글쓴이 : 상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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