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크랩] 중광저-‘괜히 왔다 간다’를 읽고

병노 2013. 9. 30. 17:18

* 책-‘괜히 왔다 간다’를 읽고

괜히 왔다간다? 걸레스님 ... ?생존시에 1시간정도(지인과) 탁백이를 함께한 행운이 있던터라.그분의 저서를 한번도 읽지못한 내가 무지 한심해 '''  
그래서 스님의 책을 찾았는데 .... 
(괜히 왔다 간다)스님이 그린 그림 까지 함께 있어 더욱 좋았고 .... 
넘 존 책이라서 거푸 두 번을 읽었고 여기저기에서 중광 스님의 이야기나 
그림을 찾아보기도 하며 세상에 이미 스님이 게시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움이 ...
될 수 있는 한 많은 글과 그림을 올려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
* 지은이 - 중광
* 펴낸이 - 김남전
* 인쇄/제책 - (주)백신인쇄
* 2003년 2월 24일 1판 1쇄 박음
* 2003년 2월 26일 1판 1쇄 펴냄
9쪽에 * 중광을 기리며 구상(具常, 시인) 걷도 안도 너덜너덜 이 걸레로 이 세상 오예(汚穢)를 모조리 훔치겠다니 기가 차다. 먹으로 휘갈겨 놓는 것은 달마(達磨)의 뒤통수 어렵쇼, 저 유치 찬란! 너를 화응(和應)하기엔 실로 되다. 허지만 내 삶의 허덕허덕 마루턱에서 느닷없이 만난 은총의 소나기. 12쪽에 * 그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이 나의 눈을 놀라게 했다. ‘생명의 나무’라고 제목이 붙은 젊은 남자 나체의 머리, 어깨, 등, 배, 팔다리에 아홉 개의 성기(性器)가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그것은 외설이라는 느낌보다 강력한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한 것이다. *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적인 행위 예술가들의 발표회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중광이 초대되었다. 물론 나는 참석할 수 없었다. 중광은 관객들의 압도적인 갈채를 받았다는 기사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옷을 벗은 사내의 온몸 스물한 군데에 나무로 깎은 성기가 달려 있었는데, 주인공은 춤을 추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얼굴이 중광이었다. 17쪽에 * .... 창문이 환하게 밝아져 오는 새벽이었고, 내 옆에서는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된 사내가 코를 골고 있었다. 나는 ...... 중광의 걸레옷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서 청소부들이 .... 나는 청소차에 그 누더기를 던져버리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네놈이 다시는 일부러 걸레를 걸치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24쪽에 *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칭찬하거나 미워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스님과의 만남에는 언제나 주고받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28쪽에 * 조사(弔辭) 랭커스터(미국 버클리대학 교수) One of the most interesting people in my life was Jung Kwang. He challenged my assumptions and he open up vistas of art and wisdom. At the same time he entertained and held to a sense of humor that showed itself in all of his work. I am saddened by his death and feel the loss of his presence in this world. However, I have on my wall one of his paintings and when I look at it, I feel his spirit and power. It is a sorrow to me that I cannot be there for the final ceremony but I will take time to have my own personal remembrance of him and his life. Lewis Lanncaster 조사(弔辭) 김필규(전 KPK 통상 주식회사 사장) 스님, 그렇게 갈구하던 자유를 얻으셨군요. 우리 모두 슬픔을 가눌 수 없지만 홍진의 모든 번뇌를 떨어버리고 훨훨 날으소서. 중광스님, 정말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2002년 3월 김필규 올림 49쪽에 * 오늘은 우진이가 와서 나를 번쩍 들어 잔디밭에 앉혀 주었다. 까치 한 마리가, 마주보이는 돌하루방 머리에 앉아 흰 똥을 질질 싸고 시원한 듯 캑캑거린다. 꿀맛인 망고를 두 개나 먹어 설사를 심하게 해서 몇 번이나 빤 이불이 빨랫줄에서 펄럭이고 있는데, 뒤에서 나를 안고 있던 우진이가 내 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스님, 망고 또 사다 드릴까요?” 내가 지긋지긋한 설사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녀석은 몰랐나 보다. 나는 빙긋 웃었다. “우진아, 내세에 가서 망고를 먹자.” 우진이는 힘겹게 나를 바로잡아 주며 큰소리로 말했다. “스님, 우린 벌써부터 내세에서 살고 있는데요, 뭘.” 옆에 있던 순돌이(개)가 멍멍 짖었다. 그 소리는, 그 소리는, 우진이가 스님보다 더 뛰어난 도인(道人)이라는 순돌이의 박수 소리였다. 50쪽에 * 편의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심의 파도에서 밀려나 시골 산 속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그런데 옥수는 말을 안 듣는 제자다. 순돌이도 새들도 아직 호적에 올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몇 번 호통을 쳤는데도 .... 58쪽에 * 시간! 그것은 우주 안의 소리없는 발자국 같은 것이 아닐까? 누군가가 들여다보아도 그만,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만, 두 개의 작은 바늘은 계속 돌 것이다. 65 - 66쪽에 * 입을 함부로 놀리는 버릇, 세상에서 제일 나쁘고 무서운 버릇이다. 나쁜 버릇 많은 사람이 아주 많다. 어렸을 때부터 나쁜 버릇을 기르며 자랐기 때문이다. 착하고 마음 큰 사람은 절대 남의 흉을 보지 않는다, 나쁜 버릇은 죽어도 못 고치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신사 숙녀가 되지 못한다. 저질인간이 된다. 이런 사람은 결코 큰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항아리에서 쏟아진 쌀은 주워 담을 수 있어도, 한번 입에서 나간 말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 남을 흉보고 욕하는 사람은, 자기의 허물은 모르고 있는 사람이다. 67 쪽에 * 양심만이 인류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보루이며 생명이다. 72쪽에 * 확실하게 깨닫고 마음을 비우고 우주 자연법을 보면 하느님 말씀이 부처님 공자님 말씀이고 부처님 말씀이 하느님 공자님 말씀이고 공자님 말씀이 하느님 부처님 말씀이다. 자기주의의 독선적인 사상이 없어져야 한다. 77쪽에 * 자녀는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본받으며 자란다. 90쪽에 포르노를 만들면 안 된다! 대통령에게 욕을 하면 잡아 간다! 정부나 특정인을 비판하는 책은 출판이 불가능하다! 독재 정권 때 흔히들은 소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문화 예술에 자유와 창작 정신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혼(魂)이 없다. 70년대에 미국 버클리 대학의 랭커스터 교수가 ‘미친 중(The Mad Monk)’ 이라는 나의 묵화집(墨畵集)을 미국에서 냈다. 이 책에, 대학교수이며 사진작가인 톰할이 찍은 ‘중광 행위 예술(액션 기법)’ 이 실렸다. 내가 성기(性器)에 큰 붓을 동여매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 때문에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는 팔지 못하고 미국에서만 팔았다. ...... 선진국의 유명한 예술가들은 ‘미친 중 중광(Mad Monk Jung Kwang)' 하면 다 안다(Action Painting). 109쪽에 * 대검찰청 12층으로 갔다. 나는 의자에 앉아 분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민초 거지여서 힘이 없다. 힘이 있으면 아무 죄 없이 끌려왔겠는가?’ 나는 생각하다가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이윽고 검사 한 사람이 말했다. “스님, 스님들도 고기를 잘 먹고, 돈도 잘 쓰고, 놀기고 잘 한다면서요?” 나는 눈을 뜨고 오른손을 내밀어, 둘째 손가락과 셋째 손가락 사이에 엄지손가락을 끼워보이며 한 마디 쏘아붙였다. “소승은 씹도 좋아합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검사 네 명을 한칼에 날려버린 것이다. 이것은 선지혜(先知慧)의 칼이다. 폭탄이기도 하다. 내말을 듣고 검사는 머리를 숙이고 공손히 말했다. “스님, 우리는 스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님 같은 분을 조사할 자격이 없습니다.” 검사는 나에게 몇마디 묻더니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스님, 사인(sign) 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사인을 해주고 대검찰청에서 나왔다. 111쪽에 * 다람쥐 남편 한 마리가 첩 열명을 데리고 산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에는 먹을 것이 많으니까 첩을 다 데리고 사는데,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이 적어 첩을 다 쫓아 낸다고 한다. 그리고 눈멀고 불쌍한 본처만 데리고 산다고 한다. ...... 다람쥐 남편도 조강지처(糟糠之妻)를 제일 사랑할까? 114쪽에 * 여자의 명품 팬티를 훔칠 때에는 지혜와 기술, 노력, 순발력, 해학, 인내가 필요하다. 한 미인이 좋은 팬티를 입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팬티가 없어졌다. 그런데 ‘아래’를 만져 보니, 남자가 쏟은 것이 흘러 있었다. ‘남자가 왔다 간 게 틀림없어. 이런것이 초특급(超特急) 씹이구나.’ 머리맡과 화장대에 놓인 반지며 시계, 목걸이 등이 그대로 있었다. ‘어떤 남자인지 모르지만 깨끗한 남자이다. 양상군자님이라도 신사 군자님이다. 욕심 없는, 마음을 비운 남자이다.’ 미인은 감탄했다. 그 뒤 미인은 그 남자가 기다려졌다. 117쪽에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초가(草家)’이다. 미술 전문 출판사인 열화당(悅話堂)에서 펴낸 ‘한국 기층문화(基層 文化)의 탐구’ 시리즈 제4권이다. 사진 작가 황헌만씨가 10여 년 간 초가 사진을 찍고, 김홍식, 박태순, 임재해 씨가 글을 쓴, 사진집에 가까운 책이다. 세월 뒤로 사라져 가는 우리나라의 초가들이 정겹다. 마음이 답답할 때 펴 보면 편안해진다. 순수하고 순박하고 깨끗한 초가 .... 우리 서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우리 조상의 마음을 훤히 볼 수 있으며, 옛날을 반조(返照)할 수 있는 책이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분들에게 한없이 감사하며 늘 짬짬이 이 책을 펼쳐 본다. 현재 두 권을 가지고 있다. 127쪽에 * 나는 택시를 많이 타서, 택시비 세금을 많이 낸 사람에 속할 것이다. 한 달에 5백만 원이나 택시비를 쓴 적도 있다. 창작을 위한 투자였다. 일생을 창작과 실험을 통해 실천 수행하는 방법이었다. 131쪽에 * 차는, 집이 없는 사람은 집처럼 귀하게 쓸 수 있다. 가끔 애인을 데리고 바닷가나 산 속으로 가서, 음악을 들어가며 카섹스를 하는 것도 대단히 좋다. 차를 함부로 남에게 빌려주는 것은, 자기 생명을 빌려 주는 것과 같다. 이른 새벽에 농촌 길을 달리면 안 된다. 어린 개구리나 많은 곤충을 죽이게 된다. 농촌 자영의 아름다운 생명은 우리들의 생명이다. 132쪽에 * 21세기 젊은이들의 미래상 첫째, 건강 관리 및 희생 정신 실천. 둘째, 무엇을 하든 창작 실험 정신 양성. 셋째, 정직 성실 명예관리. 140쪽에 * 검은 손이 돈을 뇌물로 주면 발로 짓밟아 받아라(안 받으면 후한이 잇을까 두려운 경우). 그리고 돈 받은 날짜와 기간을 기록해 두고, 돈을 은행에 예치해라. 이 사실을 아내에게 절대 말하지 마라. 그리고 먼 훗날, 아니면 죽을 때 유언하여, 돈을 돌려 보내게 하라. 149쪽에 * 도적놈 셋이서 1989년, 시인 천상변, 중광, 문인 이외수가 합작으로 ‘도적놈 셋이서’라는 시화집(詩畵集)을 냈다. 조병화 시인의 말을 빌리면, ‘이 시대를 벌거숭이인 채로 살아가는 정직한 사람들의 책’ 이었다. 이 책을 내자, 동대문 경찰서장이 찾아왔다. “‘도적놈 셋이서’라는 책 제목을 바꿀 수 없습니까?” 서장이 사정을 했다. 나는 물었다. “왜지요?” “혹시 ‘도적놈 셋’ 이 노태우, 김종필, 김영삼을 말하는 게 아닙니까?” ....... * 천상병 시인은 천진(天眞)을 팔고 다니면서 ‘맥주값 500원만, 500원만 ....’ - 천진을 팔아먹은 도적놈. * 중광 땡초는 온갖 성인(聖人)의 말은 물론, 진리를 다방면으로 팔아먹고 사는 사기꾼 놈, 나는 사기꾼! 나는 사기꾼! * 이외수 도인(道人)은, 자기가 마치 도인이나 된 것처럼 착각, 도인 냄새, 샛깔을 팔아먹고 사는 놈. 도인 색깔 알록달록, 알록달록 .... 154쪽에 * 하와이에서 돌아다니다, 체구가 꼭 하마 같은 여자를 보았다. 유방이 업청나게 커서, 쌍둥이 산봉우리 같았다. 이 여자의 히프는 말 궁둥이의 두배나 되는 것 같았다. 볼수록 호기심이 나고, 이 여자의 속살 속이 더 궁금해졌다. “저런 여자 좀 소개해 줘.” “문제없지요. 원주민이 사는 마을에 가서 과부를 사귀면 되지요.” “술집에는 없어?” “술집에서야 젊고 날씬한 여자라야 하지요. 저런 여자를 누가 돌아봅니까? 스님이니까 관심을 갖지요.” 157쪽에 * 나는 일본 제국주의 때인 193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두 살 때에 어머니를 따라 제주도로 왔다. 아버지는 형과 함께 나중에 귀국했다. 나라없는 식민지에서 일본이 무쇠 밥솥, 수저, 놋쇠 그릇 등 모두 빼앗아 갈 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이었다. 어릴 때 꿈이 있었다면, 너무나 배가 고파서 밥이나 실컷 배불리 먹고 살다가 죽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해방되자, 나는 배가 고파 허덕이면서도 ‘만세! 만세!’를 외쳤다. 그런데 우리말로 외친게 아니라, 일본말로 ‘반자이! 반자이!’ 했다. 동네 어른이 “왜 우리 원수인 일본놈들의 말로 만세를 외치느냐?” 하고 내 머리를 때렸다. 우리나라 말을 배운 적이 없는 너로서는 조금 억울했다. 이때, 일본 말로 한글을 배웠다. 해방이 되자, 우리 나라는 희망찬 나라로 독립될 줄 알았다. 그런데 38선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나고, 내 고향 제주도에서는 4,3 사건이 터졌다. 밤마다 총소리, 가는 곳마다 아우성이었다. 길 여기저기서 뒹구는 송장들이 발에 걸렸다. 제주도가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이런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덤으로 사는 것 같았다. 161쪽에 나는 ..... 꿈이 바뀌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고시 준비를 했다. 그 때부터 나는 판 검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학교에 가기가 싫어 환상과 착각 속에서 살다 보니, 학교 다닐 시기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어느 새 나이가 열여덟, 또 꿈이 달라졌다.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산부인과의사가 되면 여자의 깊숙한 골짜기를 실컷 보겠다는 엉뚱한 생각. 가슴이 뛰고 세상 천지가 즐거울 뿐이었다. 그러나 환상의 꿈에서 개고 보니, 중학 2학년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놈이 안개를 잡는 생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착각된 생활만 한 셈이었다. * 그러다가 스무 살이 되면서 해병대에 지원했다. 해병이 되어 경리과에 근무하게 되니, 눈먼 돈이 좀 생겼다. 군 복무자에게서 가까운 마산 오동동 공주집을 찾아갈 기름 값도 생기고, 화대도 넉넉해, 늘 들뜬 생활을 했다. 건빵 같은 것을 모아 두었다가 외출 때 공주들에게 갖다 주며 연애하던 일, 지금도 눈에 선해 혼자서 빙그레 웃는다. 언젠가는 여자가 그리워 탈영했다가 잡혀서 부대로 끌려 온 적도 있다. 스물세 살 때 제대하고 노동판에서 일하며 돈 벌면 공주님 찾아가는 게 유일한 낙이 되었다. 또 시(詩)깨나 쓰느라고 방랑시인 ‘고삿갓(나의 성명은 高昌律이다), 천하의 대시성(大詩聖)이 된 기분으로 살았다. 바이런 시집, 괴테 시집, 소월시집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술 한 잔 들어도 시, 밥만 먹어도 시, 치마 펄럭이는 것만 보아도 시 .... 그러다 보니 그럭저럭 스물네 살이 되었다. 162쪽에 *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전시회를 가지면서 그림 활동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그 전에는 프로 정신이 결여 되어 있었다.) 시(詩)도, 영국 왕립 아시아 학회의 초대를 받고 영시(英詩) ‘생(生)과 사(死)’, ‘21세기는 말한다.’, ‘ 나는 걸레’ 등 세 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168쪽에 * 대통령의 얼굴은 국민의 얼굴이다. 국민의 기쁜 얼굴은 바로 대통령의 기쁜 얼굴이다. 대통령의 얼굴은 전국민의 총체적 상징이다. 대통령이 감기 걸리면 국민은 큰 병에 걸리게 된다. 정직하고 착한 국민은 유능하고 위대한 대통령을 모시게 된다. 국민정신이 썩으면 대통령은 추하게 되어 버린다. 지금부터라도 전국민은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 203쪽에 * 나는 걸레 쪼가리 같다. 걸레 쪼가리는 사물을 닦아서 깨끗하게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은 더러워진다. 그러나 걸레는 빨 수 있다. * 나는 천 명쯤의 여자와 잤다. 그러나 육욕으로 해서 그 행위가 더럽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만든 자비와 무애를 섞어서 여자들 몸속에 들어가게 했을 뿐이다. 204쪽에 * 돼지란 놈은 그 곳이 예쁘다. 더욱이 발정기가 되면 약간 부어올라, 애무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출가 전에 나는 돼지우리에서 몇 밤을 지내며 그 짓을 할 수 있었다. * 입으로 불이라고 말한다 해서 뜨거워지는가? 입으로 똥이라고 말한다 해서 똥 냄새가 나는가? 사람들아 관념에서 뛰어나와라! 말과 행동에서 뛰어나와라! 도덕 관념의 형무소에서 탈출해라! 206족에 * 개성을 읽고 허황된 체면 속에서 사는 것은 곧 원숭이 노릇이다. 개성은 생명이다. 네가 하고 싶은 일에 실컷 미쳐서 야수가 되어라. 그러면 너의 세계관이 나올 것이다. 자기 혼 속에서의 삶은, 삶 그 자체로 구원받을 것이며, 그 삶은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이다. * 종교는 종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7쪽에 * 걸레란 말도 내 뜻과는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걸레는, 다 떨어지고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이 쓰면 쓰고 버리면 버리는 물건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남의 것을 깨끗하게 해 준다는 것은 큰 허물이다. 내가 무엇이기에 남이 지니고 있는 더러움을 맑게 해 주겠는가. 나는 수동적으로 쓰여지는 걸레이다. 그리고 나의 낙관도, 내가 탐진치(貪瞋癡)에 놀아나 진리를 훔쳤고 양심을 훔쳤고 여자도 많이 훔쳤으니 ‘도둑놈’ 이라 붙였고, 나 스스로 가아적(假我的) 허상을 몽둥이질하기 위한 참회의 뜻으로 도둑놈이라 한 것이다. 208쪽에 * 큰 그릇도 깨끗이 비워 놓아야 많이 담을 수 있다. 213쪽에 * 좋은 만남의 인연은 생명처럼 귀하다. 소인은 술을 마시면 만병(萬病)을 만들고, 대인은 술을 마시면 만약(萬藥)을 만든다. 지식은 은이고 지혜는 금이다. 지식은 병이고 참지혜는 약이다. 집착은 병이고 무아(無我)는 약이다. 215쪽에 * 초발심(初發心) 책을 보면, 출가자(出家者)는 음행(淫行)을, 여자를 독사처럼 무섭게 보러고 경계하는 것만 강조했는데, 여자를 지레 겁낼게 아니라, 여자를 이겨 내야 된다. 나는 여자 속에서 도(道)를 구해 낼 생각으로(逆行 이다), 여자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하룻밤에 여관 기생 여덟 명, 열 명하고 연애하기도 하면서 빠질 대로 빠져 들어간다. 여자를 만나니 돈도 쓰게 된다. 몸도 타락할 대로 타락한다. 좆이 빠지게, 골이 빠지게 여자 꽃밭에서 놀아났다. 빠져들어가 보니,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깨끗이 사라지고, 아무리 해 보아도 끝이 없고 허망하며 업(業)만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공(空)을 관(觀)하게 된다. 자연히 화두(話頭)가 된다. 216쪽에 * 맹신보다는 차라리 불신(不信)이 낫다. 왜냐 하면, 맹신은 삿(邪)된 길, 삿된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삿된 사상을 낳기 때문이다. 217쪽에 * 종교를 무조건 믿으라는 말은 큰 함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분명히 사기성이 있다. 종교를 바로 알고 바로 믿어라. 먼저 종교를 알아라. 그 다음에 믿어라. * 우리 ‘벙어리 절간’에서는 부처님을 비롯해서 예수님, 성모 마리아님, 달마 스님, 마호메트 성자님, 천하 대장군을 법상 한자리에 잘 모시었다. 나는 촛불과 향불을 켜 놓고 날마다 지성껏 불공 기도를 올렸다. 219쪽에 * 인간의 성교는 성교(聖交)이다. 애욕은 인간 에너지의 원천이다. 성욕이 병들면 인간이 병든다. 성욕이 건강하면 인간이 건강하다. 성욕이 방탕하면 인간이 방탕해진다. 애욕을 너무 탐하면 일신을 망친다. 애욕을 바로 보면, 바로 법이요 진리다. 무식한 사람들은 애욕을 부덕하다고 터부시하면서도 애욕을 탐한다. 220쪽에 * 내 마음 속에서 양심(良心)이라는 주인이 죽어 버리면, 도적놈이 들어와 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 221쪽에 * 1985년 출간한 책 ‘허튼 소리’ 상 하권, 1995년 출간한 책 ‘나는 세상을 훔치며 산다’ 1,2 권에서 나는 석가, 예수, 공자, 무당을 사기죄로 입건했다. 자기가 토해 낸 말을 절대 진리요 생명이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죄명은 언어 사기 언어 폭력죄이다. 224쪽에 * 미국의 랭커스터 교수는 나를 ‘한국의 피카소’ 라고 했는데, 피카소보다 내가 낫다. 피카소의 그림은 생각과 기교로 차 있지만, 내 그림은 그런 것이 전혀 없는 무심 선필(無心 禪筆)이다. 그리고 피카소는 데생에 의해 공부했지만, 나는 데생이 절대 필요없다. 제도적(制度的)인 데생을 뛰어 넘어야 한다. 데생을 배우지 말라. 참예술은, 데생에 구속되면 나올 수가 없다. 227쪽에 * 예술을 하든 철학을 하든 과학을 하든 농사를 짓든 정직해야 한다. 정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어느 경지에 오르면 사상이 정립되어야 한다. 정립된 사상을 표출해 준다고 해도, ‘혼이 들어 있는 그림’을 그리려면 밑바탕이 정직해야 된다. 231쪽에 * 내 작품은 그림도 사기요 글도 사기이다. 인간 생활이 지루하니까, 죽지는 못하고 해서 낙서하며 세월을 보낸 것뿐이다. 234쪽에 * 호랑이가 온 산의 짐승을 다 잡아먹고 나니,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었다. 벌레들이 호랑이를 갉아 먹어 버렸다. 정치, 경제 등의 지도자들은 호랑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235쪽에 *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으면, 대통령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야 한다. 대통령은 그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하면 그 혜택이 온 국민에게 미치고,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면 그 피해가 모든 국민에게 미친다. 국민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아야 한다.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뽑아 놓고 대통령이 일을 잘못하도록 한 일 일은 없는지, 나무에 오르라 하고 흔든 일은 없는지. 대통령의 권위는 국민의 신임 위에서만 성립된다. 대통령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사람은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이기 전에 국민에 대한 배신자이다. 대통령이 권위를 잃으면 전국민의 정신이 흐트러져 나라에 위기가 온다. 238쪽에 * 국회 의장만은 한국사람(토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국회의원은 미국사람 10면, 독일 사람 5명, 프랑스 사람 5면, 영국사람 10명 , ..... 이렇게 수입하면 한국 국회가 잘 안되려고 해도 안 될 수 없다. 241쪽에 * 본질적으로 예술가에게는 원초적인 야성과 고도로 연마된 지성이 한 사람 속에 있으며, 진리와 허황이 한자리에 있게 마련이요, 이 모순과 대립이 심각할수록, 그리고 이것을 통제해 낼수록 그의 예술은 정채(精彩)를 발한다. 왜냐하면, 예술 작품이란 진실과 거짓의 혼합물이기 때문이다. 249쪽에 * 스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수녀도 있고 출판사 회장도 있고 광대도 있다. 한마디로 ‘왼갖 잡새가 다 몰려드는’ 꼴이다. 그건 남들이 하는 말을 모두 선의로 듣거나 아니면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자하는, 몸에 밴 생활 방식 때문이다. 남이 하는 무레한 말이나 주책없이 털어놓는 말도 ‘거 참 좋은 선문답(禪門答)이다.’ 하면서 선의의 덕담으로 받아들인다. 250쪽에 * 인사동에서 중광이 인사를 건네자 장욱진은 대뜸, ‘중놈치고 옷 한번 제대로 입었네.’ 했다. 그 말에서 무언가 통하는 교감을 느꼈다 한다. 그래서 화승과 화가가 서로 내왕하게 되었고, 그림도 합작하는 인연이 이루어졌다. 독절한 생활 방식 때문에 통상적인 교우 관계가 전혀 없었던 장욱진이지만 중광하고는 의기투합했고, 그 결과가 바로 그림 합작으로 나타났다. 중광이 닭을 그리면 장욱진은 닭과 입술을 맞댄 봉황을 그리고, 중광이 천애의 한 덩어리 바위를 그리면 장욱진은 바위 꼭대기에 선경(禪境)에 든 도인을 그려 놓는다. 251쪽에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중광 도인’ 의 ‘도인’은 도인(道人)이 아니고 도인(盜人)이라는 것이다. 252쪽에 * 스님의 거침없는 삶의 방식은 그림 소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의 조형 소재로 예수님도 즐겨 등장하는 것이 그 보기다. 천주학의 추기경 어른이 스님의 예수님 그림을 좋아해서 아예 벽에 걸어 놓고 즐긴다 한다. 스님이 어찌 예수님 그림이냐고 물색없이 묻는 사람에게 스님의 응답은 아주 천연하다. “아, 그 에수 보살 그림 말인가!” 252쪽에 * 스님의 그림을 좋아하는 수녀 한 분이 찾아왔다. 스님은 대뜸, ‘얼굴이 까무잡잡한 게 맛있게 생겼다.’ 고 한 마디 던졌다. 모두 웃고 말았다는 것. 스님의 거침없는 삶의 방식은 그임 소재에도 그대로 아타난다. 그의 조형 소재로 예수님도 즐겨 등장하는 것이 그 보기다. 천주학의 추기경 어른이 스님의 예수님 그림을 좋아해서 아예 벽에 걸어 놓고 즐긴다 한다. 스님이 어찌 예수님 그림이냐고 물색없이 묻는 사람에게 스님의 응답은 아주 천연하다. “아, 그 예수 보살 그림 말인가!” 그의 시문(詩文) 등에 불교는 말할 것도 없고, 유교, 기독교 등이 거침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믿음이 너무 많아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는 역설적 인상을 받는다. 스님의 자유분방한 행각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이나 스님을 생불(生佛), 곧 산 부처로 여겨 따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스님은 따르는 사람들에게 불법을 말하거나 설법을 하는 경우는 없다. 254쪽에 * 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는 산산이 부서지고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넘실넘실 춤을 추는 거야. 나는 걸레 남한강에 잉어가 싱싱하니 탁주 한 통 싣고 배를 띄워라. 별이랑 달이랑 고기랑 떼들이 모여들어 별들은 노래를 부르고 달들은 장구를 치오. 고기들은 칼을 들어 고기회를 만드오. 나는 탁주 한 잔 꺽고서 덩실 더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게다. 나는 걸레 256쪽에 * 지금쯤 황소타고 고향에 가면 마늘 장아찌 까맣게 익어 먹음직할 게다. 보리밥에 파리 날리며 밥먹던 어린시절 삼삼히 눈 속에서 눈물이 열리고 있다...... . * 스님의 또 다른 자질은 서예다. 왼손, 오른손을 똑같이 쓸 수 있는 야구 선수들이 서양에는 적지 않지만. 고금에 좌수, 우수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분은 스님 한 분이 아닐까 싶다. 259쪽에 * 버클리 쪽에서 먼저 나온 중광 스님의 화문집 제목은 ‘미친스님(The Mad Monk)’ 이다. 그 후 일본에서 나온 작품집 제목은 ‘큰스님(The Super Monk)'이다. 비약치고 엄청난 비약인데, 그 비약이 한 맥락 속에 있다는 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다. 그의 작품 세계는 미국의 공영 방송 PBS, 세계적 뉴스 방송망을 자랑하는 CNN, 그리고 가까이 일본의 NHK에서 심도 있게 소개되었다. 그가 이룬 성취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 좁은 땅, 속 좁은 사람들의 뒷공론은 진작 무색해졌다. 스님의 선화를 흉내내는 정통 화단의 중징 작가도 나타나고 있다. 273쪽에 * 요셉 보이스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다.’ 라는 유명한 명제를 내걸어, 농부나 강호사의 능력을 화가의 그것과 똑같이 평가하면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는데, 마치 그것은 예술의 특별한 의미를 삭제해버린 것처럼 들린다. 275쪽에 * 시인 구상(具常)이 그와의 만남을 ‘은총의 소낙비’ 라고 표현했는데, 그의 예술과 존재 의미는 무량무변(無量無邊)의 자비심에 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77쪽에 * 누구든디 그러한 작품 앞에 서면 은총의 소낙비, 자비의 몽둥이를 맞은 것처럼 얼얼하게 무너지고 만다. 그는 노래한다, 깨달음의 세계를.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기갸거겨 ....그 노래는 끝이 없을 것이다. * 중광 스님 2002년 3월 9일 입적 ^0^
세상을 풍류스럽고 무질서하고 충동적인 성을 즐기고 무절제한 땡땡이 중이라고 세상은 평한다
그러나 그 진면목을 알지못하는 무지에서 평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중광스님의 더 중광스러운 자료를 찾는대로 그분의 참면목을 일깨우는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바 입니다..(상처 치료중에 읽은책입니다)
출처 : 뜨락문학회
글쓴이 : 공세비 원글보기
메모 :

괜히왔다간다.

 

괜히 왔다간다? 걸레스님 ... ?생존시에 1시간정도(지인과) 탁백이를 함께한 행운이 있던터라.그분의 저서를 한번도 읽지못한 내가 무지 한심해 '''

그래서 스님의 책을 찾았는데 ....

(괜히 왔다 간다)스님이 그린 그림 까지 함께 있어 더욱 좋았고 ....

넘 존 책이라서 거푸 두 번을 읽었고 여기저기에서 중광 스님의 이야기나 그림을 찾아보기도 하며 세상에 이미 스님이 게시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움이 ...

될 수 있는 한 많은 글과 그림을 올려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

9쪽에

* 중광을 기리며 구상(具常, 시인)

 

걷도 안도 너덜너덜

 

이 걸레로 이 세상 오예(汚穢)

모조리 훔치겠다니 기가 차다.

 

먹으로 휘갈겨 놓는 것은

달마(達磨)의 뒤통수

 

어렵쇼, 저 유치 찬란!

너를 화응(和應)하기엔 실로 되다.

 

허지만 내 삶의

허덕허덕 마루턱에서

 

느닷없이 만난

은총의 소나기.

 

12쪽에

* 그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이 나의 눈을 놀라게 했다. ‘생명의 나무라고

제목이 붙은 젊은 남자 나체의 머리, 어깨, , , 팔다리에 아홉 개의 성기(性器)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그것은 외설이라는 느낌보다 강력한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한 것이다.

 

*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적인 행위 예술가들의 발표회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중광이 초대되었다.

물론 나는 참석할 수 없었다. 중광은 관객들의 압도적인 갈채를 받았다는 기사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옷을 벗은 사내의 온몸 스물한 군데에 나무로 깎은 성기가 달려 있었는데, 주인공은 춤을 추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얼굴이 중광이었다.

 

17쪽에

* .... 창문이 환하게 밝아져 오는 새벽이었고, 내 옆에서는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된 사내가

코를 골고 있었다.

나는 ...... 중광의 걸레옷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서 청소부들이 ....

나는 청소차에 그 누더기를 던져버리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네놈이 다시는

일부러 걸레를 걸치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24쪽에

*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칭찬하거나 미워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스님과의 만남에는 언제나 주고받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28쪽에

* 조사(弔辭)

랭커스터(미국 버클리대학 교수)

 

One of the most interesting people in my life was Jung Kwang.

He challenged my assumptions and he open up vistas of art and wisdom.

At the same time he entertained and held to a sense of humor that showed itself

in all of his work. I am saddened by his death and feel the loss of his presence

in this world. However, I have on my wall one of his paintings and when I look at it,

I feel his spirit and power. It is a sorrow to me that I cannot be there for the final

ceremony but I will take time to have my own personal remembrance of him and his life.

Lewis Lanncaster

 

조사(弔辭)

김필규(KPK 통상 주식회사 사장)

스님, 그렇게 갈구하던 자유를 얻으셨군요. 우리 모두 슬픔을 가눌 수 없지만 홍진의

모든 번뇌를 떨어버리고 훨훨 날으소서. 중광스님, 정말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20023월 김필규 올림

 

49쪽에

* 오늘은 우진이가 와서 나를 번쩍 들어 잔디밭에 앉혀 주었다.

까치 한 마리가, 마주보이는 돌하루방 머리에 앉아 흰 똥을 질질 싸고 시원한 듯 캑캑거린다.

꿀맛인 망고를 두 개나 먹어 설사를 심하게 해서 몇 번이나 빤 이불이 빨랫줄에서 펄럭이고

있는데, 뒤에서 나를 안고 있던 우진이가 내 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스님, 망고 또 사다 드릴까요?”

내가 지긋지긋한 설사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녀석은 몰랐나 보다.

나는 빙긋 웃었다.

우진아, 내세에 가서 망고를 먹자.”

우진이는 힘겹게 나를 바로잡아 주며 큰소리로 말했다.

스님, 우린 벌써부터 내세에서 살고 있는데요, .”

옆에 있던 순돌이()가 멍멍 짖었다. 그 소리는, 그 소리는, 우진이가 스님보다 더 뛰어난

도인(道人)이라는 순돌이의 박수 소리였다.

 

50쪽에

* 편의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심의 파도에서 밀려나 시골 산 속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그런데 옥수는 말을 안 듣는 제자다. 순돌이도 새들도 아직 호적에 올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몇 번 호통을 쳤는데도 ....

 

58쪽에

* 시간! 그것은 우주 안의 소리없는 발자국 같은 것이 아닐까?

누군가가 들여다보아도 그만,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만, 두 개의 작은 바늘은 계속 돌 것이다.

 

65 - 66쪽에

* 입을 함부로 놀리는 버릇, 세상에서 제일 나쁘고 무서운 버릇이다. 나쁜 버릇 많은 사람이 아주 많다.

어렸을 때부터 나쁜 버릇을 기르며 자랐기 때문이다.

착하고 마음 큰 사람은 절대 남의 흉을 보지 않는다,

나쁜 버릇은 죽어도 못 고치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신사 숙녀가 되지 못한다. 저질인간이 된다. 이런 사람은 결코 큰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항아리에서 쏟아진 쌀은 주워 담을 수 있어도, 한번 입에서 나간 말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

남을 흉보고 욕하는 사람은, 자기의 허물은 모르고 있는 사람이다.

 

67 쪽에

* 양심만이 인류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보루이며 생명이다.

 

72쪽에

* 확실하게 깨닫고 마음을 비우고 우주 자연법을 보면

하느님 말씀이 부처님 공자님 말씀이고

부처님 말씀이 하느님 공자님 말씀이고

공자님 말씀이 하느님 부처님 말씀이다.

자기주의의 독선적인 사상이 없어져야 한다.

 

77쪽에

* 자녀는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본받으며 자란다.

 

90쪽에

포르노를 만들면 안 된다!

대통령에게 욕을 하면 잡아 간다!

정부나 특정인을 비판하는 책은 출판이 불가능하다!

독재 정권 때 흔히들은 소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문화 예술에 자유와 창작 정신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이 없다.

 

70년대에 미국 버클리 대학의 랭커스터 교수가 미친 중(The Mad Monk)’ 이라는 나의

묵화집(墨畵集)을 미국에서 냈다. 이 책에, 대학교수이며 사진작가인 톰할이 찍은

중광 행위 예술(액션 기법)’ 이 실렸다. 내가 성기(性器)에 큰 붓을 동여매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 때문에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는 팔지 못하고 미국에서만 팔았다.

...... 선진국의 유명한 예술가들은 미친 중 중광(Mad Monk Jung Kwang)' 하면 다 안다(Action Painting).

 

109쪽에

* 대검찰청 12층으로 갔다. 나는 의자에 앉아 분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민초 거지여서 힘이 없다. 힘이 있으면 아무 죄 없이 끌려왔겠는가?’

나는 생각하다가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이윽고 검사 한 사람이 말했다.

스님, 스님들도 고기를 잘 먹고, 돈도 잘 쓰고, 놀기고 잘 한다면서요?”

나는 눈을 뜨고 오른손을 내밀어, 둘째 손가락과 셋째 손가락 사이에 엄지손가락을 끼워보이며 한 마디 쏘아붙였다.

소승은 씹도 좋아합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검사 네 명을 한칼에 날려버린 것이다. 이것은 선지혜(先知慧)의 칼이다. 폭탄이기도 하다.

내말을 듣고 검사는 머리를 숙이고 공손히 말했다.

스님, 우리는 스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님 같은 분을 조사할 자격이 없습니다.”

검사는 나에게 몇마디 묻더니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스님, 사인(sign) 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사인을 해주고 대검찰청에서 나왔다.

 

111쪽에

* 다람쥐 남편 한 마리가 첩 열명을 데리고 산다고 한다.

, 여름, 가을에는 먹을 것이 많으니까 첩을 다 데리고 사는데,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이 적어 첩을 다

쫓아 낸다고 한다. 그리고 눈멀고 불쌍한 본처만 데리고 산다고 한다. ......

다람쥐 남편도 조강지처(糟糠之妻)를 제일 사랑할까?

 

114쪽에

* 여자의 명품 팬티를 훔칠 때에는 지혜와 기술, 노력, 순발력, 해학, 인내가 필요하다.

한 미인이 좋은 팬티를 입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보니 팬티가 없어졌다. 그런데

아래를 만져 보니, 남자가 쏟은 것이 흘러 있었다.

남자가 왔다 간 게 틀림없어. 이런것이 초특급(超特急) 씹이구나.’

머리맡과 화장대에 놓인 반지며 시계, 목걸이 등이 그대로 있었다.

어떤 남자인지 모르지만 깨끗한 남자이다. 양상군자님이라도 신사 군자님이다. 욕심 없는,

마음을 비운 남자이다.’

미인은 감탄했다.

그 뒤 미인은 그 남자가 기다려졌다.

 

117쪽에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초가(草家)’이다. 미술 전문 출판사인 열화당(悅話堂)에서 펴낸

한국 기층문화(基層 文化)의 탐구시리즈 제4권이다. 사진 작가 황헌만씨가 10여 년 간 초가

사진을 찍고, 김홍식, 박태순, 임재해 씨가 글을 쓴, 사진집에 가까운 책이다.

세월 뒤로 사라져 가는 우리나라의 초가들이 정겹다.

마음이 답답할 때 펴 보면 편안해진다. 순수하고 순박하고 깨끗한 초가 ....

우리 서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우리 조상의 마음을 훤히 볼 수 있으며,

옛날을 반조(返照)할 수 있는 책이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분들에게 한없이 감사하며 늘 짬짬이 이 책을 펼쳐 본다. 현재 두 권을 가지고 있다.

 

127쪽에

* 나는 택시를 많이 타서, 택시비 세금을 많이 낸 사람에 속할 것이다.

한 달에 5백만 원이나 택시비를 쓴 적도 있다. 창작을 위한 투자였다.

일생을 창작과 실험을 통해 실천 수행하는 방법이었다.

 

131쪽에

* 차는, 집이 없는 사람은 집처럼 귀하게 쓸 수 있다. 가끔 애인을 데리고 바닷가나 산 속으로 가서,

음악을 들어가며 카섹스를 하는 것도 대단히 좋다.

차를 함부로 남에게 빌려주는 것은, 자기 생명을 빌려 주는 것과 같다.

이른 새벽에 농촌 길을 달리면 안 된다. 어린 개구리나 많은 곤충을 죽이게 된다.

농촌 자영의 아름다운 생명은 우리들의 생명이다.

 

132쪽에

* 21세기 젊은이들의 미래상

 

첫째, 건강 관리 및 희생 정신 실천.

둘째, 무엇을 하든 창작 실험 정신 양성.

셋째, 정직 성실 명예관리.

 

 

140쪽에

* 검은 손이 돈을 뇌물로 주면 발로 짓밟아 받아라(안 받으면 후한이 잇을까 두려운 경우).

그리고 돈 받은 날짜와 기간을 기록해 두고, 돈을 은행에 예치해라.

이 사실을 아내에게 절대 말하지 마라.

그리고 먼 훗날, 아니면 죽을 때 유언하여, 돈을 돌려 보내게 하라.

149쪽에

* 도적놈 셋이서

1989, 시인 천상변, 중광, 문인 이외수가 합작으로 도적놈 셋이서라는 시화집(詩畵集)을 냈다.

조병화 시인의 말을 빌리면, ‘이 시대를 벌거숭이인 채로 살아가는 정직한 사람들의 책이었다.

이 책을 내자, 동대문 경찰서장이 찾아왔다.

“‘도적놈 셋이서라는 책 제목을 바꿀 수 없습니까?”

서장이 사정을 했다.

나는 물었다.

왜지요?”

혹시 도적놈 셋이 노태우, 김종필, 김영삼을 말하는 게 아닙니까?”

.......

* 천상병 시인은 천진(天眞)을 팔고 다니면서 맥주값 500원만, 500원만 ....’ - 천진을 팔아먹은 도적놈.

 

* 중광 땡초는 온갖 성인(聖人)의 말은 물론, 진리를 다방면으로 팔아먹고 사는 사기꾼 놈,

나는 사기꾼! 나는 사기꾼!

 

* 이외수 도인(道人), 자기가 마치 도인이나 된 것처럼 착각, 도인 냄새, 샛깔을 팔아먹고 사는 놈.

도인 색깔 알록달록, 알록달록 ....

 

154쪽에

* 하와이에서 돌아다니다, 체구가 꼭 하마 같은 여자를 보았다. 유방이 업청나게 커서, 쌍둥이 산봉우리 같았다.

이 여자의 히프는 말 궁둥이의 두배나 되는 것 같았다.

볼수록 호기심이 나고, 이 여자의 속살 속이 더 궁금해졌다.

저런 여자 좀 소개해 줘.”

문제없지요. 원주민이 사는 마을에 가서 과부를 사귀면 되지요.”

술집에는 없어?”

술집에서야 젊고 날씬한 여자라야 하지요. 저런 여자를 누가 돌아봅니까? 스님이니까 관심을 갖지요.”

 

157쪽에

* 나는 일본 제국주의 때인 1935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두 살 때에 어머니를 따라 제주도로 왔다.

아버지는 형과 함께 나중에 귀국했다.

나라없는 식민지에서 일본이 무쇠 밥솥, 수저, 놋쇠 그릇 등 모두 빼앗아 갈 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이었다.

어릴 때 꿈이 있었다면, 너무나 배가 고파서 밥이나 실컷 배불리 먹고 살다가 죽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해방되자, 나는 배가 고파 허덕이면서도 만세! 만세!’를 외쳤다. 그런데 우리말로 외친게 아니라,

일본말로 반자이! 반자이!’ 했다.

동네 어른이

왜 우리 원수인 일본놈들의 말로 만세를 외치느냐?”

하고 내 머리를 때렸다. 우리나라 말을 배운 적이 없는 너로서는 조금 억울했다.

이때, 일본 말로 한글을 배웠다.

해방이 되자, 우리 나라는 희망찬 나라로 독립될 줄 알았다. 그런데 38선으로 나라가 두 동강 나고,

내 고향 제주도에서는 4,3 사건이 터졌다. 밤마다 총소리, 가는 곳마다 아우성이었다. 길 여기저기서

뒹구는 송장들이 발에 걸렸다. 제주도가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이런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덤으로 사는 것 같았다.

 

161쪽에

나는 ..... 꿈이 바뀌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고시 준비를 했다. 그 때부터 나는 판 검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학교에 가기가 싫어 환상과 착각 속에서 살다 보니, 학교 다닐 시기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어느 새 나이가 열여덟, 또 꿈이 달라졌다.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산부인과의사가 되면

여자의 깊숙한 골짜기를 실컷 보겠다는 엉뚱한 생각. 가슴이 뛰고 세상 천지가 즐거울 뿐이었다.

그러나 환상의 꿈에서 개고 보니, 중학 2학년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놈이 안개를 잡는 생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착각된 생활만 한 셈이었다.

 

* 그러다가 스무 살이 되면서 해병대에 지원했다. 해병이 되어 경리과에 근무하게 되니, 눈먼 돈이 좀 생겼다.

군 복무자에게서 가까운 마산 오동동 공주집을 찾아갈 기름 값도 생기고, 화대도 넉넉해, 늘 들뜬 생활을 했다.

건빵 같은 것을 모아 두었다가 외출 때 공주들에게 갖다 주며 연애하던 일, 지금도 눈에 선해 혼자서 빙그레 웃는다.

언젠가는 여자가 그리워 탈영했다가 잡혀서 부대로 끌려 온 적도 있다. 스물세 살 때 제대하고 노동판에서 일하며

돈 벌면 공주님 찾아가는 게 유일한 낙이 되었다. 또 시()깨나 쓰느라고 방랑시인 고삿갓(나의 성명은 高昌律이다),

천하의 대시성(大詩聖)이 된 기분으로 살았다.

바이런 시집, 괴테 시집, 소월시집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술 한 잔 들어도 시, 밥만 먹어도 시, 치마 펄럭이는 것만 보아도 시 ....

그러다 보니 그럭저럭 스물네 살이 되었다.

 

162쪽에

*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전시회를 가지면서 그림 활동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그 전에는 프로 정신이 결여 되어 있었다.)

(), 영국 왕립 아시아 학회의 초대를 받고 영시(英詩) ‘()과 사()’, ‘21세기는 말한다.’, ‘

나는 걸레등 세 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168쪽에

* 대통령의 얼굴은 국민의 얼굴이다.

국민의 기쁜 얼굴은 바로 대통령의 기쁜 얼굴이다.

 

대통령의 얼굴은 전국민의 총체적 상징이다.

 

대통령이 감기 걸리면 국민은 큰 병에 걸리게 된다.

 

정직하고 착한 국민은 유능하고 위대한 대통령을 모시게 된다.

국민정신이 썩으면 대통령은 추하게 되어 버린다.

지금부터라도 전국민은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

 

203쪽에

* 나는 걸레 쪼가리 같다. 걸레 쪼가리는 사물을 닦아서 깨끗하게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은 더러워진다.

그러나 걸레는 빨 수 있다.

* 나는 천 명쯤의 여자와 잤다. 그러나 육욕으로 해서 그 행위가 더럽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만든 자비와 무애를 섞어서 여자들 몸속에 들어가게 했을 뿐이다.

 

204쪽에

* 돼지란 놈은 그 곳이 예쁘다. 더욱이 발정기가 되면 약간 부어올라, 애무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출가 전에 나는 돼지우리에서 몇 밤을 지내며 그 짓을 할 수 있었다.

* 입으로 불이라고 말한다 해서 뜨거워지는가? 입으로 똥이라고 말한다 해서 똥 냄새가 나는가?

사람들아 관념에서 뛰어나와라! 말과 행동에서 뛰어나와라! 도덕 관념의 형무소에서 탈출해라!

 

206족에

* 개성을 읽고 허황된 체면 속에서 사는 것은 곧 원숭이 노릇이다.

개성은 생명이다. 네가 하고 싶은 일에 실컷 미쳐서 야수가 되어라.

그러면 너의 세계관이 나올 것이다.

자기 혼 속에서의 삶은, 삶 그 자체로 구원받을 것이며, 그 삶은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이다.

 

* 종교는 종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7쪽에

* 걸레란 말도 내 뜻과는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걸레는, 다 떨어지고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이 쓰면 쓰고 버리면 버리는 물건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남의 것을 깨끗하게 해 준다는 것은

큰 허물이다. 내가 무엇이기에 남이 지니고 있는 더러움을 맑게 해 주겠는가. 나는 수동적으로

쓰여지는 걸레이다. 그리고 나의 낙관도, 내가 탐진치(貪瞋癡)에 놀아나 진리를 훔쳤고 양심을 훔쳤고

여자도 많이 훔쳤으니 도둑놈이라 붙였고, 나 스스로 가아적(假我的) 허상을 몽둥이질하기

위한 참회의 뜻으로 도둑놈이라 한 것이다.

 

208쪽에

* 큰 그릇도 깨끗이 비워 놓아야 많이 담을 수 있다.

 

213쪽에

* 좋은 만남의 인연은 생명처럼 귀하다.

 

소인은 술을 마시면 만병(萬病)을 만들고,

대인은 술을 마시면 만약(萬藥)을 만든다.

지식은 은이고 지혜는 금이다.

지식은 병이고 참지혜는 약이다.

집착은 병이고 무아(無我)는 약이다.

 

215쪽에

* 초발심(初發心) 책을 보면, 출가자(出家者)는 음행(淫行), 여자를 독사처럼 무섭게 보러고 경계하는

것만 강조했는데, 여자를 지레 겁낼게 아니라, 여자를 이겨 내야 된다.

나는 여자 속에서 도()를 구해 낼 생각으로(逆行 이다), 여자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하룻밤에 여관 기생

여덟 명, 열 명하고 연애하기도 하면서 빠질 대로 빠져 들어간다. 여자를 만나니 돈도 쓰게 된다.

몸도 타락할 대로 타락한다. 좆이 빠지게, 골이 빠지게 여자 꽃밭에서 놀아났다.

빠져들어가 보니,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깨끗이 사라지고, 아무리 해 보아도 끝이 없고 허망하며

()만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을 관()하게 된다. 자연히 화두(話頭)가 된다.

 

216쪽에

* 맹신보다는 차라리 불신(不信)이 낫다. 왜냐 하면, 맹신은 삿()된 길, 삿된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삿된 사상을 낳기 때문이다.

 

217쪽에

* 종교를 무조건 믿으라는 말은 큰 함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분명히 사기성이 있다.

종교를 바로 알고 바로 믿어라. 먼저 종교를 알아라. 그 다음에 믿어라.

* 우리 벙어리 절간에서는 부처님을 비롯해서 예수님, 성모 마리아님, 달마 스님, 마호메트 성자님,

천하 대장군을 법상 한자리에 잘 모시었다.

나는 촛불과 향불을 켜 놓고 날마다 지성껏 불공 기도를 올렸다.

 

219쪽에

* 인간의 성교는 성교(聖交)이다.

애욕은 인간 에너지의 원천이다.

성욕이 병들면 인간이 병든다.

성욕이 건강하면 인간이 건강하다.

성욕이 방탕하면 인간이 방탕해진다.

애욕을 너무 탐하면 일신을 망친다.

애욕을 바로 보면, 바로 법이요 진리다.

무식한 사람들은 애욕을 부덕하다고 터부시하면서도 애욕을 탐한다.

 

220쪽에

* 내 마음 속에서 양심(良心)이라는 주인이 죽어 버리면, 도적놈이 들어와 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

 

221쪽에

* 1985년 출간한 책 허튼 소리상 하권, 1995년 출간한 책 나는 세상을 훔치며 산다’ 1,2 권에서 나는

석가, 예수, 공자, 무당을 사기죄로 입건했다. 자기가 토해 낸 말을 절대 진리요 생명이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죄명은 언어 사기 언어 폭력죄이다.

 

224쪽에

* 미국의 랭커스터 교수는 나를 한국의 피카소라고 했는데, 피카소보다 내가 낫다. 피카소의 그림은

생각과 기교로 차 있지만, 내 그림은 그런 것이 전혀 없는 무심 선필(無心 禪筆)이다. 그리고 피카소는

데생에 의해 공부했지만, 나는 데생이 절대 필요없다. 제도적(制度的)인 데생을 뛰어 넘어야 한다.

데생을 배우지 말라. 참예술은, 데생에 구속되면 나올 수가 없다.

 

227쪽에

* 예술을 하든 철학을 하든 과학을 하든 농사를 짓든 정직해야 한다. 정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어느 경지에 오르면 사상이 정립되어야 한다. 정립된 사상을 표출해 준다고 해도,

혼이 들어 있는 그림을 그리려면 밑바탕이 정직해야 된다.

 

231쪽에

* 내 작품은 그림도 사기요 글도 사기이다. 인간 생활이 지루하니까, 죽지는 못하고 해서 낙서하며 세월을 보낸 것뿐이다.

 

234쪽에

* 호랑이가 온 산의 짐승을 다 잡아먹고 나니,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었다.

벌레들이 호랑이를 갉아 먹어 버렸다.

정치, 경제 등의 지도자들은 호랑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235쪽에

*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으면, 대통령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내야 한다. 대통령은 그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하면 그 혜택이 온 국민에게 미치고,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면 그 피해가 모든 국민에게 미친다.

국민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아야 한다.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뽑아 놓고 대통령이 일을 잘못하도록 한 일 일은 없는지,

나무에 오르라 하고 흔든 일은 없는지.

대통령의 권위는 국민의 신임 위에서만 성립된다. 대통령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사람은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이기 전에

국민에 대한 배신자이다. 대통령이 권위를 잃으면 전국민의 정신이 흐트러져 나라에 위기가 온다.

 

238쪽에

* 국회 의장만은 한국사람(토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국회의원은 미국사람 10, 독일 사람 5, 프랑스

사람 5, 영국사람 10, ..... 이렇게 수입하면 한국 국회가 잘 안되려고 해도 안 될 수 없다.

 

241쪽에

* 본질적으로 예술가에게는 원초적인 야성과 고도로 연마된 지성이 한 사람 속에 있으며,

진리와 허황이 한자리에 있게 마련이요, 이 모순과 대립이 심각할수록, 그리고 이것을 통제해 낼수록

그의 예술은 정채(精彩)를 발한다. 왜냐하면, 예술 작품이란 진실과 거짓의 혼합물이기 때문이다.

 

249쪽에

* 스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수녀도 있고 출판사 회장도 있고 광대도 있다. 한마디로 왼갖 잡새가

다 몰려드는꼴이다. 그건 남들이 하는 말을 모두 선의로 듣거나 아니면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자하는, 몸에 밴

생활 방식 때문이다. 남이 하는 무레한 말이나 주책없이 털어놓는 말도 거 참 좋은 선문답(禪門答)이다.’

하면서 선의의 덕담으로 받아들인다.

 

250쪽에

* 인사동에서 중광이 인사를 건네자 장욱진은 대뜸, ‘중놈치고 옷 한번 제대로 입었네.’ 했다. 그 말에서

무언가 통하는 교감을 느꼈다 한다. 그래서 화승과 화가가 서로 내왕하게 되었고, 그림도 합작하는 인연이

이루어졌다. 독절한 생활 방식 때문에 통상적인 교우 관계가 전혀 없었던 장욱진이지만 중광하고는

의기투합했고, 그 결과가 바로 그림 합작으로 나타났다. 중광이 닭을 그리면 장욱진은 닭과 입술을 맞댄

봉황을 그리고, 중광이 천애의 한 덩어리 바위를 그리면 장욱진은 바위 꼭대기에 선경(禪境)에 든 도인을 그려 놓는다.

 

251쪽에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중광 도인도인은 도인(道人)이 아니고 도인(盜人)이라는 것이다.

 

252쪽에

* 스님의 거침없는 삶의 방식은 그림 소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의 조형 소재로 예수님도 즐겨 등장하는 것이

그 보기다. 천주학의 추기경 어른이 스님의 예수님 그림을 좋아해서 아예 벽에 걸어 놓고 즐긴다 한다.

스님이 어찌 예수님 그림이냐고 물색없이 묻는 사람에게 스님의 응답은 아주 천연하다.

, 그 에수 보살 그림 말인가!”

 

 

 

252쪽에

* 스님의 그림을 좋아하는 수녀 한 분이 찾아왔다. 스님은 대뜸, ‘얼굴이 까무잡잡한 게 맛있게 생겼다.’

고 한 마디 던졌다. 모두 웃고 말았다는 것.

스님의 거침없는 삶의 방식은 그임 소재에도 그대로 아타난다. 그의 조형 소재로 예수님도 즐겨 등장하는 것이

그 보기다. 천주학의 추기경 어른이 스님의 예수님 그림을 좋아해서 아예 벽에 걸어 놓고 즐긴다 한다.

스님이 어찌 예수님 그림이냐고 물색없이 묻는 사람에게 스님의 응답은 아주 천연하다.

, 그 예수 보살 그림 말인가!”

그의 시문(詩文) 등에 불교는 말할 것도 없고, 유교, 기독교 등이 거침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믿음이 너무 많아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는 역설적 인상을 받는다. 스님의 자유분방한 행각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이나 스님을 생불(生佛), 곧 산 부처로 여겨 따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스님은 따르는 사람들에게 불법을 말하거나 설법을 하는 경우는 없다.

 

254쪽에

* 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

산산이 부서지고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넘실넘실 춤을 추는 거야.

 

나는 걸레

 

남한강에 잉어가

싱싱하니

 

탁주 한 통 싣고

배를 띄워라.

 

별이랑 달이랑 고기랑

떼들이 모여들어

 

별들은 노래를 부르고

달들은 장구를 치오.

고기들은 칼을 들어

고기회를 만드오.

 

나는 탁주 한 잔

꺽고서

덩실 더덩실

신나게

춤을 추는 게다.

 

나는 걸레

 

256쪽에

* 지금쯤 황소타고 고향에 가면

마늘 장아찌 까맣게 익어

먹음직할 게다.

보리밥에 파리 날리며

밥먹던 어린시절

삼삼히 눈 속에서

눈물이 열리고 있다...... .

 

* 스님의 또 다른 자질은 서예다. 왼손, 오른손을 똑같이 쓸 수 있는 야구 선수들이 서양에는 적지 않지만.

고금에 좌수, 우수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분은 스님 한 분이 아닐까 싶다.

 

259쪽에

* 버클리 쪽에서 먼저 나온 중광 스님의 화문집 제목은 미친스님(The Mad Monk)’ 이다.

그 후 일본에서 나온 작품집 제목은 큰스님(The Super Monk)'이다. 비약치고 엄청난 비약인데,

그 비약이 한 맥락 속에 있다는 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다. 그의 작품 세계는 미국의 공영 방송 PBS,

세계적 뉴스 방송망을 자랑하는 CNN, 그리고 가까이 일본의 NHK에서 심도 있게 소개되었다.

그가 이룬 성취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 좁은 땅, 속 좁은 사람들의 뒷공론은 진작 무색해졌다.

스님의 선화를 흉내내는 정통 화단의 중징 작가도 나타나고 있다.

 

273쪽에

* 요셉 보이스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다.’ 라는 유명한 명제를 내걸어, 농부나 강호사의 능력을

화가의 그것과 똑같이 평가하면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는데, 마치 그것은

예술의 특별한 의미를 삭제해버린 것처럼 들린다.

 

275쪽에

* 시인 구상(具常)이 그와의 만남을 은총의 소낙비라고 표현했는데, 그의 예술과 존재 의미는

무량무변(無量無邊)의 자비심에 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77쪽에

* 누구든디 그러한 작품 앞에 서면 은총의 소낙비, 자비의 몽둥이를 맞은 것처럼 얼얼하게 무너지고 만다.

그는 노래한다, 깨달음의 세계를.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가갸거겨 기갸거겨 ....그 노래는 끝이 없을 것이다.

 

* 중광 스님 200239일 입적

^0^

세상을 풍류스럽고 무질서하고 충동적인 성을 즐기고 무절제한 땡땡이 중이라고 세상은 평한다그러나 그 진면목을 알지못하는 무지에서 평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중광스님의 더 중광스러운 자료를 찾는대로 그분의 참면목을 일깨우는데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바 입니다..(상처 치료중에 읽은책입니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조선왕조 500년 실록모음 (전권).  (0) 2013.10.10
[스크랩] 며느리 밥풀꽃  (0) 2013.09.14
어린왕자작품해설  (0) 2013.02.02
좋은글 모음  (0) 2013.01.26
설화모음  (0) 201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