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눈물 속으로/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 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출처 : 무소유 법정스님
글쓴이 : 하얀연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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