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에서온... 詩人
그녀는 끝별을 명왕성이라고 했다
혹은 가지끝에 걸리는 별이라고도
내림을 이야기 한다. 시엔 巫氣가
곳에서 더러 내려 온다고도 했다!
벽을 구길줄 알아야 詩 된다고도
물을 구워먹어야 詩人 된다고도.
정거장에 걸린 정육점
사랑에 걸린 육체는
한 근 두 근 살을 내주고
갈고리에 뼈만 남아 전기톱에 잘려
어느 집 냄비의 잡뼈로 덜덜 고아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에 손을 턴다
걸린 제 살과 뼈를 먹어줄 포식자를
깜빡깜빡 기다리는
사랑에 걸린 사람들
정거장 모퉁이에 걸린 붉은 불빛
세월에 걸린 살과 뼈 마디마디에
고통으로 담아놓고 기다리는
당신의 밥, 나
죽을 때까지 배가 고플까요, 당신?
밀물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불선여정(不宣餘情)
쓸 말은 많으나 다 쓰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편지 말미에 덧붙이는 다 오르지 못한 남은 계단이라 하였습니다
꿈에 돋는 소름 같고 입 속에 돋는 혓바늘 같고 물낯에 돋는 눈빛같이 미처 다스리지 못한 파문이라 하였습니다
나비의 두 날개를 하나로 접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마음이 마음을 안아 겹이라든가 그늘을 새기고 아침마다 다른 빛깔을 펼쳐내던 두 날개, 다 펄럭였다면 눈멀고 숨 멎어 가라앉은 돌이 되었을 거라 하였습니다
불쑥 끼어든 샛길들목에서 저무는 점방(店房)처럼 남겨지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봉인된 이후로도 노을을 노을이게 하고 어둠을 어둠이게 하며 하염총총(何念悤悤) 하염총총 저리 수북한 바람을 때맞춰 때늦은 바람이게 하는 지평선의 목메임이라 하였습니다
때가 깊고 숨이 깊고 정이 깊습니다 밤새 낙엽이 받아낸 아침서리가 소금처럼 와 앉았습니다 갈바람도 갈앉아
불선여정 불선여정 하였습니다
"나는 '오룩(Ooruk)'의 이야기에서 詩를 생각했다.
물개 여인과 외로운 사냥꾼의 사이에서 태어난 오룩이야 말로
영혼과 몸, 이상과 현실, 본원적 고향과 구체적인 일상 사이에
위치하는 시인의 상징적 위치를 가늠케 하는 존재가 아닐는지"
(정끝별 평론집 '오룩의 노래' 서문 중에서)
Dark Waltz - Hayley Westen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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