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
후레자식
김 인육
고향집에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 넷, 치매 않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매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손 든 아내는
빛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 질러 보긴하지만,
나 역시 별수없어
끝내 어머니를 적소로 등떠민다.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되냐?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쌩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려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게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어머니 유골상자를 쓰다듬고 있는 송현 시인/ 상 위에는 어머니가 생전에 드시다 남은 박하사탕 병이 보인다.
언젠가 불교 TV "어머니 나의 어머니"에 나가서 치매 어머니 이야기 하던 녹화장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감상]
1.
"고향집에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 넷, 치매 않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나는 이혼 하고 마누라 없이 서울 성내동에서 살 때 치매 어머니를 2년 동안 모셨다. 나는 그때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돈도 없었다. 그러니 어머니를 요양원에 안 보냈다 뿐이지 나 역시 위의 시의 지적처럼 후레자식이었다. 그냥 후레자식이 아니라 순후레자식이었다. 그래 그런지 나는 언제고 어디서고 간에 어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목부터 메이고 눈물부터 나온다.
2.
"시설도 좋고 ,친구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매에도 도움이 돼요."
아, 이 얼마나 기막힌 거짓말인가! 나도 아마 요양원에 어머니를 보낼 처지였다면 틀림없이 이딴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아니, 나는 이보다 더한 거짓말도 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어머니를 요양원에 안 가면 안된다고 윽박질렀을지도 모른다. 아까부터 나오던 눈물이 이제 더 많이 쏟아진다.
3.
"1년도 못가 두손 든 아내는 빛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아니다! 치매 시부모를 모시는 아내는 무조건 무죄이다! 무죄가 아니라 표창을 해야 한다. 온 동네에서 표장을 해야 하고 나라에서도 표창을 해야 한다. 그러니 치매 시부모를 모시는 며느리에게는 국가에서 매달 백만원씩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 제 어머니 모시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친 어머니도 아니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는 매월 국가가 용돈로 주고, 표창도 해야 한다.
시부모에게 잘하는 며느리들 앞에 나는 숙연히 엎드려 절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우리 어머니 치매를 뒷바라지 할 때 나는 아내가 없었다. 내 말을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때 나는 아내가 없는 것을 하늘에 감사했다. 만약 아내가 있었더라면 돌아버렸거나 가출하고 말았을 것이다.
4.
"버럭 고함 질러 보긴하지만, 나 역시 별수없어 끝내 어머니를 적소로 등떠민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나도 별수 없이 어머니를 적소로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양로원에 보낼 돈이 없어서 집에 모셨다. 그렇지만 이제 생각하니 그게 차라리 잘한 것 같기도 하다는 못난 생각을 한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얼마나 모자라고 못난 인간인가를 새삼 알 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5.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되냐?"
아니, 세상에 이런 기막힌 절규가 또 어디 있을까! 이 한마디는 어머니가 여든 세해 동안 살아오면서 했던 그 어떤 말보다 더 절박하고 더 처절한 말이지 싶다. 아니, 세상에 사람이 할 수 있는 말 중에 이보다 더 절절하고 이보다 더 쓸쓸하고 이보다 더 외롭고 이보다 더 비참하고 이보다 더 눈물나는 말이 어디 일을까? 나는 지금 엉엉 소리 내어 울면서 이 글을 쓴다. 옷자락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이 글을 이어간다.
그러니 어머니를 요양원에 안 보내고 함께 사는 분들은 지금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그것은 어머니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어머니가 계시면 거기가 어디든간에 거기가 아무리 살기 힘든 곳이라고 거기가 천국이라 생각한다.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되냐?"
이 말을 하는 어머니는 어떤 심정일까? 핏덩이 나아서 금이야 옥이야 키웠더니 겨우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되냐?"라는 피맺힌 절규를 기어이 뱉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얼마나 통탄 하였을까! 이 세상은 부처님 말씀대로 그야말로 고해가 맞나보다.
6.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나는 껍질도 안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쌩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그렇다. 이말은 거짓말이다. 껍집도 안깐 거짓말이다. 자식이 병들고 늙은 어머니에게 껍질도 안깐 거짓말을 쌩으로 먹이면서 돌아오는 그 신세는 또 얼마나 처량하고 얼마나 비참할까? 어머니를 적소에 두고 혼자 고아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그 심정 나는 다 안다!
7.
"고려장이 별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신세가 고려장이지"
그래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낸 것이 바로 현대판 고려장이다! 그래서 사실은 치매를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아니 이 땅의 정치가들이 이런 절절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있고,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제대로 공부를 한 것들이 있다면 치매 뿐 아니라 노인문제에 대허서 더 깊은 이해를 하고 더 합리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사람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8.
"어머니의 정신 맒은 몇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어머니가 아까 말씀하셨다.
--에비야, 나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되냐"
이 말씀을 할 때 어머니는 본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이 말은 치매 노인이 한 말이 아니다! 나를 낳고 나를 키우고 나를 이땅에 살게 해준 어머니가 하신 온전한 제 정신으로 하신 이 지상의 마지막 말씀이다. 이 마지막 말씀이 통하지 않는 순간 어머니는 얼마나 슬펐으며 얼마나 막막했을까! 한 평생 그 고생을 하면서 키운 자식에게 이 마지막 말이 씨가 먹히지 않음을 알았을 때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9.
"천하게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맞다. 그냥 도덕적 잣대로 후레자식이라고 규정할 것이 아니라 고려장 현행범으로 즉각 입건하고 구속하여야 한다. 이런 중범은 재판 없이 극형에 처애야 한다. 아아! 나는 이런 면에서 후레자식이 아니라, 개자식이다!아니 개자식보다 더 못할 벼락 맞고 뒈져야 할 인간 말종이다.
10.
이 시 한편 때문에 나의 불효를 다시 생각하고 내 어리석고 부족함에 발등을 찍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댓글을 다는 순간 내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 내가 자주 하던 말이지만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않았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도 이 세상 사는 날까지는 내 속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만약 눈물까지 메말랐다면 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눈물로 화면이 뿌옇게 보여 여러 번 오타를 고치면서도 지금 내 눈에 흐르는 이 눈물이 아직 이 지상에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고 자위한다.
11.
어머니가 살아 계신 분들은 지금 당장 전화라도 걸어서 공손한 인사를 드리고 가까운 곳에 계시면 따끈한 만두나 찐빵 아니면 홍시라도 하나 사 들고 빨리 귀가하기 바란다.
{참고}
참회(1)
--치매 어머니를 두고 밖에서 문을 잠그면서
송현(시인)
아, 어머니
어머니가 안에 계시는데 밖에서 문을 잠그는
저는 이제 어머니 아들도 아니고
불효 자식은 커녕 인간 말종도 아니고
사람새끼도 아닙니다.
어차피 아들을 못 알아보시니
옆짚 아저씨나 길가는 사람으로 생각하셔요.
그래야 어머니 마음도 편하실 거 아니겠어요.
열여섯에 손이 귀한 집에 시집와서
십여년 아들을 못 낳아
은진 송가네 대가 끊어지는 줄 알고
온 동네 사람들 다 걱정할 때
그 구박, 그 눈총에 꽃이 피면 뭘하고 새가 울면 뭘했겠습니까.
칼을 물고 아니면 목을 매고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잘난 고추 달린
아들 하나 낳아주고 죽어야겠다던
그 모진 마음을 이제사 저도 알겠습니다.
보잘것 없는 고추 하나 달고 나온 저를 낳았을 때
온 동네가 다 기뻐했댔으니
잔치 중에 그런 잔치가 어디있겠으며
경사 중에 그런 경사가 어디 있었겠습니까.
그 귀한 아들이 벼락 무서운 줄도 모르고
하늘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백발이 성성한 것만도 불효막심한데 어머니를 안에 두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어머니 아들도 아니고 불효 자식은 커녕
인간 말종도 아니고 사람새끼도 아닙니다.
저는 이제
아예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짐승이 되고 말았습니다.(200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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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참회(2)
--치매 어머니를 두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집을 나서면서
송현(시인)
아, 어머니
이제 개도 소도 저를 비웃고
산천초목이 저를 비웃고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어도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가는 길은 길이 아닙니다.
하늘도 어제 그 하늘이 아니고
땅도 어제 그 땅이 아닙니다.
어차피 어머니 몸도 성치 않으시니
오늘부터 집에서 편안히 쉰다고 생각하셔요.
고향도 잊고 노인대학 동무들도 잊고
회갑이 넘은 큰딸 둘째딸 적정도 마시고
독일 사는 셋째달 걱정도 마시고
아무리 심심해도 창밖도 쳐다보지 마시고
시계는 절대로 보지 마셔요.
그래야 어머니 마음도 편하실 거 아니겠어요.
거실에 알맞은 소리로 종일 나오는
유선방송을 틀어놨으니 텔레비 앞에 놓아둔
박하사탕 드시면서 송해가 나오는 전국노래자랑 재방송도 보시고
웃으면 복이 와요 재방송도 보시면서
천하장사 이만기 나오는 씨름 재방송도
보시면서 제가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어머니 혼자 노셔야 해요.
딴 방송 보시려고 이것저것 만지다가
다시못 켜실까 봐서 테이프로 채널을 고정해놨어요.
전기세 아끼려고 절대로 텔레비 끄지말고
종일 켜 놓고 보셔요.
어머니 제게는 이길 밖에
길이 없으니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야
어머니도 편하고 저도 편할 거예요.
점심 때 배고프면
백발이 성성한 2대 독자 아들과 손녀딸이
개다리 상에 차려놓은 점심상을 챙겨 드셔요.
밥도 식고 국도 식었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밥은 아랫목에 넣어둘까 하다가
혹시 어머니가 못찾으실까 봐 상위에 올려뒀어요.
어머니 아들도 못 알아보는
지금 그 모습으로라도 하루라도 더 사셔야 해요.
그래야 제 불효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수 있게요(200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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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를 공원 묘지나 고향 선산에 모시지 않고, 내 머리맡에 모셨다. 내 머릿맡에 어머니 유골상자를 두고 매일 함께 산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작 부탁을 했다.
--애들아, 내가 죽으면 이 비좁은 땅에 절대로 묻지 말고 반드시 화장을 해서 뼈 가루를 우리 어머니 유골과 함께 낙동강에 뿌려야 한다. 혹시 내가 늙어서 "양지 바란 선산이나 공원묘지에 묻어달라"고 하더라고 겉으로는 "예!"하고 실제로는 절대로 그딴 짓거리 하지 말라. 그때는 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때 판단으로 하는 소리니 그걸 따르지 말고 지금 내 정신이 온전할 때 부탁한 이 말대로 하기 바란다.
어머니 앞에서 입이 열개가 있어도 단 한 마디도 변명할 할 말이 없는 죄인이고, 죄인 중에서도 무기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