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글모음

[스크랩] 맑고 향기로운 님이여 / 긴뚝 섬 (낭송, 무광)

병노 2010. 6. 26. 17:16

 

                     

                                            

             맑고 향기로운 님이여
                              긴뚝 섬 (낭송, 무광)
                
                산과 물을 둥지 삼으며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맑고 향기롭게 살다가신 님이여
                인연이 스쳐지날 때마다
                다 내려 놓고 살라 하시던 무소유의 삶
                이제 비로소 머물던 시공을 버리고 가신다 하니
                무정한 세월에 이리 보내 드려도 될런지요
                남김 없이 거추장스러움도 없이
                조용히 떠나시는 마지막 이승의 모습에
                성인을 잃은 착찹함은 말로 다하지 못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삶의 고통을 위로 하시고
                몸소 겪으시며 떠나가신 님이여
                님께서 내려 주신 말씀으로 
                어려운 법문은 자비로운 언어로 바뀌어
                신천(新天)의 신인(新人)이 될 것입니다
                짊어지던 걸망을 내려 놓듯
                대나무 평상에 가사만 덮어 다비하라는 말씀과
                말빚도 이승에 두고 가시는 아름다운 다비식에는
                봄바람도 눈물이 되어 흘러 넘칩니다
                하얀 연기는 만장처럼 휘날려 하늘로 오릅니다
                불일암에 놓인 소박한 빠삐용의자도 
                용케 겨울을 이겨낸 매화도 
                가시는 것을 아는 듯 오늘은 슬퍼 보입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출처 : 생활불교
글쓴이 : 禪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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