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住 立處皆眞)
임제 선사는 어록에서 말하고 있다.
'함께 도를 닦는 여러 벗들이여,
부처로써 최고의 목표를 삼지 말라.
내가 보기에는 부처도 한낱 똥단지와 같고,
보살과 아라한은 죄인의 목에 거는 형틀이요,
이 모두가 사람을 구속하는 물건이다.'
우리를 부자유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단호히 벗어나라고 임제는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탈종교이다.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그 남는 것이 바로 진정한 종교의 세계이다.
이런 의미에서 임제는 가장 종교적인 사람이었다.
거죽의 세계에서, 껍데기에서 다 벗어나라. 왜
남에게 의지하고, 타인의 졸개가 되려 하는가.
부처라 하더라도, 성인이라 하더라도 그는 타인일 뿐이다.
그 가르침을 통해서, 그 자취를 통해서 오직 내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불교는 부처를 믿는 종교가 아니다.
스스로 부처가 되는 길이다.
새로운 부처,
새로운 예수가 필요한 것이지 이 인류에게 똑같은 존재는 필요없다.
따라서 진정 뛰어난 종교가나 사상가는 일인 일파一人一派일 수밖에 없다.
임제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住 立處皆眞,
언제 어디서나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다.'
어디서나 주인 노릇을 하라는 것이다.
소도구로서, 부속품으로서 처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디서든지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진리의 세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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