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에 그리움이 묻어나고...
이수진
9월 어느 날 밤
차상에 놓인 따뜻한 녹차 한잔이
내 그리움 되었지
오래오래
우러나면 우러날수록
점점 더 진해지는 빛깔, 향
그 닮음
램프형 茶罐(다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낸 녹차
茶碗(다완)에 가득 따라냈지
희부연 김은
굴곡을 만들며 허공으로 올라가
소리 없이 흩어지고
투박한 다완 속
가슴이 두근거리며 찾아온
푸른빛 그림자
부들부들 떨려오는 손
차마 한 손으로 들 수 없어
두 손으로 다완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독처럼 금방 온몸으로 번지는 풋내
그 진한 향기
첫사랑은 그렇게 묻어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