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세월 / 동목 지소영
그 오빠는
손수 풀을 먹인 교복 깃 세워주고
단화 먼지 툭툭 털어
두툼한 짐 자전거에 앉히곤
드러낸 잇몸, 이슬 젖으며 달리곤 했어요

그해 여름
승용차보다 긴 경운기에
청바지 예쁘다며 어깨 잡으라 하고
덜덜 비포장 들판을 유영하며
'올 나락은 건강하단다'
햇볕에 탄 검은 눈이 호수였어요

그다음 해 오빠는
어지러워하는 내 팔을 오토바이에 묶고
소음 가득한 시내 길을 질주했답니다
빨간 헬멧이
까만 오빠의 얼굴과 앙상블이었어요

지난여름 그 오빠는
장가간 아들의 선물이라며
오뚝이 같은 차를 몰고
버스 역으로 마중 나왔어요

논도 밭도 버리고
막걸리 한 잔으로 넉넉했던 품앗이 좋았는데,
하얀 귀밑머리 모자 밑으로 감추고
동네 이곳저곳 늘려 있는 쇳조각 모아
노년의 소일거리, 물물교환 즐겁다 하시며
도시의 언덕을 오르내립니다

그리운 세월, 푸른 하늘에
소나기 집을 짓습니다.
|